“인생책 소개해 주세요” 북커버챌린지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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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릴레이 독서 SNS 달궈… 7일간 매일 책표지-사연 올려
친구 지목해 다음 챌린지 권유
인문학-역사-철학서 추천 많아

인스타그램에 올린 북커버챌린지 인증 게시물. 책표지 사진과 짧은 감상평으로 호기심을 유발해 책을 읽도록 유도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올린 북커버챌린지 인증 게시물. 책표지 사진과 짧은 감상평으로 호기심을 유발해 책을 읽도록 유도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북커버챌린지’, ‘#7days’, ‘#추천합니다’.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등장한 ‘북커버챌린지’가 소리 없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각자의 공간에서 조용히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시작된 소셜 독서운동이 여름 휴가철 ‘집콕’ 책 읽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북커버챌린지의 주된 확산지는 인스타그램. 북커버챌린지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5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검색된다. 7일 동안 매일 자신의 ‘인생책’ 표지 사진을 한 권씩 올리되, 책 소개는 가급적 짧아야 한다. 자세한 독후감을 쓰는 게 아니라, 짧은 인상평을 남겨 호기심을 유발하는 게 특징이다. SNS 친구를 지목해 챌린지를 권할 수 있다.

책 소개 글은 짧지만 책에 얽힌 그 나름의 사연이 담겨 있다. “대학 다닐 때 읽었던 시집을 다시 꺼내 보다 눈물이 났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주신 책” “잘못 배송된 책이지만 ‘이것도 인연이다’ 생각하고 읽게 됐다” “책장에 책이 딱 7권 있는데 탈탈 털었다” 등등. 챌린지 참여를 권유할 친구의 아이디를 태그하며 “책 좀 읽어라”라고 타박하기도 한다. 한 출판사는 출간 직전의 신간 표지에 ‘북커버챌린지’ 해시태그를 달아 블로그에 게시해 홍보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SNS에 공개적으로 책을 추천하고, 댓글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보니 일반적인 독서 관련 SNS 게시 글과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썸트렌드’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인스타그램에 언급된 책 읽기 관련 단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독서’라는 단어는 ‘자기계발’ ‘공부’ ‘교육’ ‘과학’ ‘수업’ 등 목표 지향적인 단어들과 많은 연관이 있었다. 반면 ‘북커버챌린지’라는 단어는 ‘역사’ ‘철학’ ‘심리학’ ‘시집’ 등 인문교양서 관련 단어들과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썸트렌드의 백채원 에디터는 ‘감상문 없는 책 추천, #북커버챌린지’라는 트렌드 분석 글에서 “참여자들은 책을 읽게 된 계기, 책에서 얻은 감동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며 “(실용서보다는) 인문학, 역사, 철학서를 추천하고, 독서 경험을 공유하며 공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증 게시물이 글의 내용보단 비주얼 위주이기 때문에 책 표지 디자인과 제목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인스타그램에는 절망과 눈물이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출판사로서는 인스타그램용 감성에 잘 맞도록 표지가 밝고 예쁜 것도 중요하다”며 “출판사에서 제목을 지을 때도 해시태그에 잘 걸릴 수 있게 일반명사는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북커버챌린지#7days#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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