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새 상품 차별화 전략, 기존상품 부정적인 소비자엔 효과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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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학팀 ‘대척점 카테고리 전략’ 분석… 전자담배, 일반 담배와 차별화
초기 이미지 개선 성공했으나, 담배 부정적인 소비자 영향으로
결국 둘다 유해제품으로 인식돼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는 기업에 엄청난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지했을 때 이야기다. 대다수의 신제품과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되기도 전에 사라진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인지도가 전혀 없는 상품을 소비자들이 알기 쉽고 감성적으로도 와닿게 할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노력 중 비교적 효과가 입증된 전략이 바로 ‘대척점 카테고리 전략(Oppositional category positioning)’이다. 기존 상품과 대비되면서 차별성과 우월성을 강조하는 이 전략은 기존 제품과의 연결을 통해 신상품의 의도와 기능이 어떻게 차별화되고 우월한지를 쉽게 연상시켜 설명할 수 있다. 수제맥주, 초목유제품 등은 시장에 처음 소개될 때 기존 시장 주력 상품의 대척점에서 차별성과 진정성을 부각시켜 소비자들의 뇌리에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로 자리 잡아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척점 카테고리 전략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대척점 카테고리 전략의 성공 요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전략은 생소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경우에 따라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그 원인으로 일부 이해관계자의 부정적 태도를 꼽았다.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를 만드는 과정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동의와 인정을 통해 가능한데 이미 기존 상품을 오롯이 부정적으로만 인식하는 집단이 존재한다면 어떤 개선된 상품이 소개돼도 마찬가지의 극렬한 저항과 혐오적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007년 처음 출시된 전자담배가 이후 10년간 기존 담배 시장과 대척점에서 차별성과 우수성을 내세워 신시장을 개척하려 했던 노력을 분석해 자신들의 주장을 검증했다.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비교해 개선된 유해물질 제거 기능, 편의성, 심지어 도덕성까지 크게 부각함으로써 손쉽게 인지도를 높이고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자들은 두 제품군을 동일시하게 됐고, 이에 뚜렷했던 두 시장 간의 경계는 점차 사라졌다. 오히려 기존 담배 시장에서 팽배하던 부정적인 이미지, 치명적인 유해성과 한계, 각종 논란 등이 그대로 전자담배 시장에도 전이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오명을 그대로 이어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담배에 대해 과도한 수준의 부정적 시각을 가진 일부 이해관계자가 전자담배라는 새로운 상품이 등장했음에도 기존 담배와의 차별성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제품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대척점 카테고리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핵심 조건이 무엇인지를 시장과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제시한다. 즉, 새로운 시장과 상품 카테고리의 탄생은 해당 기업의 혁신과 기술 개발 등 내부적인 노력과 함께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해, 설득, 동의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기존 제품이나 시장에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던 일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지 않는 한 이 제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어떤 형태의 신상품도 장기적으로는 같은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담배#전자담배#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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