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도발은 한미동맹에 정면 도전, 두 정상 ‘김정은 환상’ 깨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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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어제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최근 남북 간 긴장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비공개 논의였지만 외신에선 한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설득했다는 관측이 나왔고, 외교부는 “추측성 보도”라고 했다. 미 국방부는 전략자산 전개 및 연합훈련 재개와 관련해 “날마다 한국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북핵수석대표 간 협의를 두고 벌써부터 한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대미 설득에 나섰다는 관측이 대두하는 것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정부여당 일각에서 북한이 ‘친미 사대주의의 올가미’라고 반발한 한미워킹그룹의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에선 당연히 나올 법한 추론이다. 이 본부장과 비건 부장관은 워킹그룹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간 우리 정부가 보여준 것도 이처럼 북한에 끌려가며 달래기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북한의 대남 공세는 한미동맹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한미는 북한에 한목소리를 내며 공동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한미 간에는 대북제재를 둘러싼 이견부터 부각될 뿐이다. 북한이 노리는 바도 바로 그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선 비난을 자제하면서 남쪽만을 겨냥한 도발을 하고 있다. 일단 한국을 철저히 길들이거나 배제시킨 뒤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미국도 북한의 속셈을 모를 리 없다. 미 국방부가 한미 소통을 새삼 강조하며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상황 관리에만 치중하는 데다 재작년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대가로 불쑥 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북한도 아직은 대미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으며 한미 이간질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의 교묘한 도발에 한미는 공동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특히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도발할 경우 철저한 응징과 함께 가공할 동맹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지금 김정은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만큼 순진한 기대도 없다. 2년 전의 김정은은 사라진 지 오래다. 조만간 안면몰수하고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한미 정상이야말로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동맹#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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