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에 빠진 세계, 음악으로 위안 주고 싶어”

임희윤 기자 입력 2020-06-18 03:00수정 2020-06-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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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내는 6집 ‘Bigger Love’
자택서 화상 감상회 연 존 레전드
16일(한국 시간) 실시간 화상 연결로 만난 존 레전드는 “신작에 실린 신나는 곡 ‘I Do’에 찰리 푸스가 참여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틀어놓고 집에서 함께 춤추기도 한다”며 웃었다. 레전드는 이날 카메라를 잠시 돌려 자택 식탁에 둘러앉은 딸 루나(4)와 아들 마일스(2)를 보여주기도 했다. 소니뮤직 제공
세상에는 사랑에 빠지도록 설계된 남자들이 있다. 곱게 그려 3차원(3D) 프린터로 뽑아낸 듯한 얼굴 곡선, 만찬 테이블 위 와인만큼 적당한 무게감의 목소리, 재치 있되 경박하지 않은 유머….

15일 오후 6시(현지 시간) 화상으로 만난 미국 팝스타 존 레전드(본명 존 스티븐스·42)는 지난해 ‘피플’지의 선택을 온몸으로 방증했다. 왜 이 40대 유부남이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로 뽑혔는지 말이다. 레전드는 이날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 각국 주요 매체를 초대했다. 4년 만에 내는 정규앨범, 6집 ‘Bigger Love’(19일 발매)를 미리 들려주는 온라인 신작 감상회다.

레전드의 커리어는 이름을 따라갔다. 에미, 그래미, 오스카, 토니 상을 모두 받은 사상 첫 흑인. 2004년 데뷔, 11개의 그래미 트로피 석권. 21세기를 대표하는 솔·팝 싱어송라이터다. ‘All of Me’ ‘Ordinary People’ ‘P.D.A.(We Just Don‘t Care)’ 등 여러 곡에서 솔 뮤직의 비옥한 편곡 위로 아찔한 팝 멜로디를 빚어 올려 사랑받았다.


레전드는 이날 자택 작은 방에 설치한 컴퓨터 카메라 앞에 꽃무늬 셔츠 차림으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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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들은 코로나19 유행,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전에 만들었지만, 불안과 아픔이 만연한 혼돈의 현재 세계에 음악으로 위안을 주고 싶어 제목만큼은 ‘Bigger Love’로 지었습니다. 애도하고 분노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보면서 그 감정을 저 역시 고스란히 느꼈어요. 제 음악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기쁨을 전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19일 정오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에 발표할 존 레전드의 신작 ‘Bigger Love’ 표지. 소니뮤직 제공
직접 미공개 신곡들을 CD로 틀어줬다. 1시간 내내 자신의 목소리에 맞춰 립싱크를 하고 두 팔 들어 리듬을 타며 춤을 췄다.

“앨범에 사랑, 희망, 관능, 회복, 연결, 노스탤지어를 가득 담았어요. 어떻게 들으실지 정말 궁금합니다.”

출시 이틀 전 미리 맛본 신작은 레전드의 집에 트로피 몇 개를 더 들여놔 줄 만한, 또 다른 수작이다. 레전드 특유의 강렬한 선율, 감동적인 발라드가 혼재한다. 카리브해의 분위기가 몇 곡에 스민 것은 이채롭다.

“자메이카 프로듀서 ‘디 지니어스’가 여러 곡에 참여했죠. 아프로-캐리비언의 분위기를 내줬어요.”

‘댄스홀’ 장르의 들썩이는 리듬을 차용한 곡 ‘Bigger Love’가 대표적. 스타 군단 캐스팅도 적중했다. ‘Wild’에서는 기타리스트 게리 클라크 주니어가 건스엔로지스의 슬래시처럼 기타 솔로를 뿜는다. 기타 선율의 유성우가 절창에 섞여 소용돌이를 만드는 절정에 이르자 레전드는 스스로 도취한 듯 로제와인을 들어 ‘원샷’했다.

‘U Move, I Move’는 가히 황홀감을 자아내는 사랑 노래. 명징한 후렴구 멜로디는 여성 가수 즈네 아이코와 하모니를 이루며 두 대의 롤러코스터처럼 마주 보고 오르내린다.

“처음엔 솔로 곡으로 생각했지만 들을수록 여성 보컬이 간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코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옛 솔의 전설들처럼 노래한다’는 평을 들으며 성장했다.

“대학 시절, 가수가 되기 위해 무대에 오르면서 점차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본명보다 레전드로 기억하기 시작했죠.”

레전드는 결국 공식 예명이 됐다. ‘One Life’는 복고적 솔을 불러낸다. 앤더슨 팩의 드럼, 래피얼 서디크의 베이스기타가 관악단과 함께 출렁거리는 리듬 맛을 돋운다. 할리우드 멜로 영화의 사운드트랙 같은 낭만적 현악 위로 여성 래퍼 랩소디의 랩이 흐르는 ‘Remember Us’는 레전드에게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을 안긴 2014년 영화 ‘셀마’의 주제곡과 또 다른 맛의 감동을 주는 트랙.

“닙시 허슬, 코비 브라이언트,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등 고인이 된 당대의 인물을 언급하죠. 들을 때마다 스스로 눈물짓게 돼요.”

느린 블루스 리듬의 ‘Slow Cooker’는 앨범의 또 다른 백미. 음정과 리듬을 엿가락처럼 밀고 당기는 관능적 가창은 낮의 풍경도 슬로모션으로 바꿀 강력한 최면제다.

레전드는 앨범 피날레에 폭탄을 숨겨뒀다. 마지막 곡 ‘Never Break’. ‘우리는 깨어지지 않을 거야’를 간절히 반복하는 발라드다.

“앨범의 완벽한 엔딩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직면한 쉽지 않은 도전을 함께 이겨나갈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긍정, 그 이상의 에너지를 말이에요.”

레전드가 의미심장하게 ‘굿바이’를 말했다. 100만 달러짜리 미소를 머금으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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