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훈육 강변하며… “딸 사랑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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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 학대’ 창녕계부 구속
“욕조에 담근적은 없다” 부인, 친모 가담 여부 질문엔 답 안해

9세 딸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붓아버지(35)가 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의붓아버지는 이날 오후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밀양=뉴스1
9세 딸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붓아버지(35)가 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의붓아버지는 이날 오후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밀양=뉴스1
초등학교 4학년 의붓딸 A 양(9)을 학대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의붓아버지 B 씨(35)가 구속됐다. B 씨와 변호인은 불구속을 주장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영장전담 신성훈 판사는 15일 오전 11시부터 B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 3시간 반 만인 오후 2시 반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B 씨의 변호인은 “실제는 (알려진 내용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수사 내용도 (사실과) 좀 다르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B 씨도 “정도가 심한 부분은 있었으나, 딸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앞서 경남 창녕경찰서는 B 씨에게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1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 씨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A 양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테라스에 가두거나 하루에 한 끼만 먹이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불에 달군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에 화상을 입힌 혐의도 받았다. A 양은 지난달 29일 부모, 여동생 3명과 함께 살던 창녕의 한 주택에서 탈출해 잠옷 차림으로 배회하다 주민에게 발견돼 경찰에 넘겨졌다. 당시 A 양은 눈에 멍이 들고 손가락에 심한 물집이 잡혀 있었고 배고픔을 호소했다.

A 양은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쇠사슬) 줄을 채웠고, 집안일을 할 때만 풀어줬다”고 진술했다. A 양은 2주간 입원을 거쳐 건강을 회복한 뒤 퇴원해 아동전문보호기관에서 심리치료 등을 받고 있다. A 양은 친모(27)가 10대 후반 낳은 딸이다. 이후 친모는 B 씨를 만나 딸 셋을 뒀다.

B 씨는 이날 오전 10시 15분경 입감됐던 밀양경찰서 유치장을 출발해 창원지법 밀양지원으로 향했다. 회색 모자와 흰 마스크를 쓴 그는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 있었다. 밀양지원에 도착한 그는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어 “(의붓딸을) 남의 딸이라 생각하지 않고 제 딸로 생각하고, 아직도 많이 사랑한다”고 했다. 친모의 학대 가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A 양이 “욕조에서 숨을 못 쉬게 했다”고 한 진술에 대해서는 “욕조에 담근 적은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은 제 잘못”이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A 양의 친모는 2일 응급 입원했던 기관에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진단을 받고 있다. 정밀 진단을 마치면 입원 상태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친모는 평소 정신질환을 앓아 꾸준히 약을 먹었으나 지난해 막내딸을 임신한 뒤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딸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 머무르며 가족들은 갈등과 스트레스가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창녕=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창녕 계부#프라이팬 학대#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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