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사왜곡 습성’ 못 버린 日의 군함도 강제노역 은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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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어제 일반에 공개한 산업유산정보센터가 군함도(하시마) 탄광에서의 강제노역 사실을 은폐 왜곡하고 있어 한일 갈등의 새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센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메이지 산업 시설을 대중에 소개하기 위해 도쿄 신주쿠에 있는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설립됐다. 조선인 강제노역으로 악명 높았던 군함도 관련 전시물들을 통해 “학대나 차별은 없었다”거나 “근로 환경이 양호했다”는 증언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이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일본은 2015년 메이지시대 산업유산 23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정보센터를 설치해 강제징용 피해자를 기억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전제로 유네스코 등재를 지지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이 약속을 명백하게 어겼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시관에는 ‘1940년대 많은 한국인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 강제로 일했다’는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의 발언만 소개됐을 뿐 관련 내용은 이를 부정하는 30여 명의 주민 증언으로 채워졌다. 일본 정부의 징용 관련 문서들 옆에는 한일청구권 협정 내용을 함께 전시해 ‘강제징용은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주장도 곁들이고 있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역사를 왜곡하는 전시 내용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 관련 판결,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이어지며 악화 일로를 걸어온 한일 관계를 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할 우려가 크다. 역사의 사실관계마저 왜곡하고 엄연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현실을 호도해 버린다면 일본은 과거뿐 아니라 미래까지도 어둠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일본 내에서도 “과거를 덮는 역사 수정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부를 것”(교도통신)이라 우려를 표할 정도다. 일본 정부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고 역사 왜곡을 중단해야 한다.
#한일 갈등#군함도 강제노역 은폐#일제강점기 강제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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