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고발 48년전 남편 목소리에 울컥”

천안=장원재 기자 입력 2020-05-21 03:00수정 2020-05-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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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100주년 ‘동감_백년인연’
‘경찰 환표 부정’ 제보 故박재표씨 동아방송 출연 육성 담아 유족 전달
손녀 “할아버지 뜨거운 심장 지녀”
경찰청 ‘경찰 영웅’ 후보로 적극 검토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왼쪽)이 국내 첫 부정선거 제보자인 고 박재표 씨 유족을 찾아 본보와의 인연을 기리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고인의 아들 박해진 씨, 손녀 박선영 CBS PD, 부인 김선월 씨. 천안=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예전 생각이 나서 울컥하네요.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던지….”

20일 오후 3시.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스피커 앞에 앉은 김선월 씨(82)는 연신 눈가를 훔쳤다. 스피커에선 1972년 동아방송(DBS) 다큐멘터리 정계야화에 출연했던 남편 육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1956년 동아일보에 경찰의 표 바꿔치기를 고발했던 대한민국 첫 부정선거 제보자 박재표 씨(1932∼2017). 24세 청년 순경이었던 박 씨는 ‘정읍 환표 사건’으로 알려진 당시 사건으로 경찰을 그만뒀고 조작된 증언으로 10개월 동안 옥살이까지 했다.


동아일보는 100주년을 맞아 소중한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동감_백년인연’의 일환으로 이날 유족을 찾아 복원한 48년 전 방송 녹음파일을 전했다. 당시 DBS는 43회에 걸쳐 정읍 환표 사건을 다뤘는데 고인이 중간중간 출연해 당시 사건을 설명했다. 고인의 육성 녹취를 아카이브에 보관된 사진 지면과 함께 편집해 만든 소책자 ‘동아의인’도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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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당시 방송에서 자신의 고발이 기사화된 동아일보 지면을 본 심경에 대해 “(더 이상) 고민은 없고 시원한 마음이 들었다. (경찰을 그만두면) 군대라도 가서 봉사해 보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부인 김 씨는 “고발로 인해 형제 친척까지 직장에서 쫓겨났다. 무죄로 나온 후에도 어디 가든 경찰이 따라다녀 국수가게 등을 하며 불안정한 생활을 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고인은 의인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본보의 제안으로 1963년 동아일보 사옥 경비원으로 입사해 1990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자재부 등에서 근무했다. 아들 박해진 씨(61)는 “정권의 서슬이 퍼랬을 때인데 아버지를 직원으로 받아준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아버지를 기억하며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며 거실에 있는 동아일보 50주년 기념 거울을 보여줬다.

본보 박제균 논설주간은 “고인은 동아일보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앞으로도 동아일보가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담아 핀란드 브랜드 이딸라(Iittala)와 함께 만든 동아백년 파랑새를 기념품으로 전달했다.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목소리를 듣고 신기해하던 손녀 박선영 CBS PD(32)는 “저한테는 텃밭 가꾸기를 좋아하는 할아버지지만 한때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런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언론사에 입사했다”고 했다.

유족들을 깜짝 놀라게 한 소식도 있었다. 이날 함께 방문한 본보 사회부의 박훈상 사건팀장은 “고인과 동아의 인연을 소개한 3월 본보 기사를 보고 경찰청에서 고인을 ‘경찰 영웅’ 후보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경찰은 2017년부터 참된 경찰 정신을 상징하는 이들을 선정해 대내외에 알리는 ‘경찰 영웅’ 선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천안=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본보 100주년#동감_백년인연#박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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