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힘내”… ‘위시엔젤’ 170명 전국 돌며 환아 소원 이뤄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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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지난달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의 대학생 봉사단 ‘위시엔젤 22기’ 170여 명은 전국 환아 53명의 소원을 이뤄줬다. 이번 위시엔젤 봉사단은 조현욱 군의 프로야구 삼성 경기 시구(왼쪽)와 김주원 군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유라와의 만남 등을 연결해줬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
지난달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의 대학생 봉사단 ‘위시엔젤 22기’ 170여 명은 전국 환아 53명의 소원을 이뤄줬다. 이번 위시엔젤 봉사단은 조현욱 군의 프로야구 삼성 경기 시구(왼쪽)와 김주원 군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유라와의 만남 등을 연결해줬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
#1 “현욱아, 힘내라.” “현욱이 파이팅!”

올해 8월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3루석. 수천 관중의 시선이 시구를 하기 위해 마운드로 이동하는 한 아이에게 쏠렸다.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마운드에 오른 아동은 숨을 고른 뒤 힘껏 공을 던졌다.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가자 관중석에선 커다란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졌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조현욱 군(9)이 프로야구 삼성의 안방경기에서 ‘야구 시구’ 소원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2 “오늘 이렇게 공룡 친구들이 무서운 악당 공룡을 힘을 합쳐 물리친 것처럼 우리도 좀 더 친해질 수 있겠죠? 우리 다시 또 만나요. 안녕.”

파란색 상어 옷을 입은 여성과 아이가 최근 한 스튜디오에서 공룡 모형 장난감을 갖고 대화를 나눴다. 이 여성은 인기 유튜브 키즈 콘텐츠 ‘유라야 놀자’의 크리에이터 유라. 아동은 골육종으로 투병 중인 김주원 군(7)이었다. ‘유라 누나와 함께 공룡 영상을 촬영하고 싶다’는 김 군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푸르덴셜타워에서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사장 윤홍섭) 대학생 봉사단 ‘위시엔젤(소원천사) 22기’의 해단식이 거행됐다. 170여 명의 위시엔젤은 2개월간 전국을 돌며 소원 성취 봉사활동을 벌였다. 소원 성취 봉사활동은 백혈병, 림프종, 골육종 등 소아암을 비롯해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만 3∼18세 아동의 소원을 이뤄주는 정서 지원 활동이다.

올여름 유난히 뜨거웠던 폭염에도 위시엔젤 22기 봉사자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활동을 펼쳤고, 환아 총 53명의 소원을 들어줬다. ‘크리에이터 유라와의 만남’, ‘프로야구 삼성 시구’, ‘제주도 여행 가기’ 등이 펼쳐지며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위시엔젤 22기 대학생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6.9%(124명)가 ‘환아들의 소원 성취 봉사활동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98.4%(126명)가 ‘주변 지인에게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봉사활동의 확산이 기대되는 이유다.

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난치병 아동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응답(39.8%·51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성취감’(37.5%·48명), ‘소원 성취 사업의 이해’(10.2%·13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백혈병 아동의 ‘야구 시구’ 소원을 이뤄 준 박나영 씨(19·동국대 의생명공학과 1년)는 “투병하는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난치병으로 인해 힘든 치료를 받는 아이들의 생활은 고통스러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소원 성취 활동을 통해 만난 아동은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었죠. 제가 단순히 아픈 아이라고 생각한 게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일부 봉사대원은 남다른 사연을 소개해 감동을 배가시키기도 했다. 2013년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투병하다 완치된 최유찬 씨(21·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1년)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5년 전 나처럼 투병한 적이 있는 대학생 봉사자를 만나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며 “나 역시 완치되면 봉사자로 활동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에 봉사자로 환아를 만나 희망을 전하면서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위시엔젤 해단식에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윤영한 상임이사와 소원 성취 활동을 후원한 삼성전자 DS부문 사회봉사단 홍영돈 부단장이 참석했다. 윤 상임이사는 “소원을 이룬 환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학생 봉사자들의 진지한 노력을 피부로 느꼈다”며 “위시엔젤 봉사활동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DS부문 사회봉사단 측도 매년 환아를 돕는 대학생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2008년 처음 활동을 시작한 위시엔젤은 올해로 11년을 맞았다. 현재까지 총 3768명의 봉사자가 참여해 1000명이 넘는 환아들의 소원을 이루어 줬다. 삼성전자 DS부문도 2008년부터 매년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과 위시엔젤의 활동을 후원해 왔다. 23기 위시엔젤 봉사단은 올해 12월 내년 2월 활동을 목표로 11월부터 전국 대학에 재학(휴학)하는 대학·대학원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재단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참고하면 된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나눔 다시 희망으로#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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