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시그널2’ 출연 사이다 입담도

“‘요즘’ 핫하다니요? 저는 원래 핫했거든요, 하하하!”
허를 찔렸다. 9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패션디자이너 박윤희 씨(40)는 의례적 인사말 한마디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받아쳤다. 채널A ‘하트시그널2’에 출연했던 때와 시원시원한 모습이 너무도 똑같아 TV를 보는 착각마저 들었다. 진한 부산 사투리 억양마저도. 출연진 김장미 씨의 지인으로 나와 강렬한 ‘사이다’ 입담을 선보였던 그는 벌써부터 ‘하트시그널 시즌3에는 고정 패널로 나와 달라’는 시청자의 요구가 빗발칠 정도다.
“하도 답답해서 나간 거예요. 장미 ‘가’가 겉은 세련되고 예쁘장한데, 속은 순박하고 요령이 없어. 남들 다 하는 ‘여우짓’을 전혀 할 줄 몰라요. 그래서 저라도 좀 나서서 도와야지라고 생각했죠.”
사실 박 씨는 TV 출연은 처음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출연진보다 뒤늦게 투입돼 힘들어하던 “아끼는 동생이 기죽지 않길 바라는 언니의 마음”으로 실제 연애코치를 한 게 전파를 탔을 뿐이다. 당시 김 씨에게 “니를 왜 늦게 넣었겠노. 뺏으라고 늦게 넣은 거지”라고 말하는 장면은 하트시그널2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순간 가운데 하나다. 김 씨도 “윤희 언니는 가장 절친한 인생의 멘토”라며 “낯선 서울 생활에 지쳐 있던 내게 따스한 온기를 준 사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부산 ‘촌년’이 이만하면 꽤 성공하긴 했죠. 솔직히 지방대 출신에 유학 한 번 안 간 순수 국내파라 처음엔 고생 ‘직싸게’ 했어요. 1998년에 거의 교통비 수준인 월급을 받으며 밑바닥 인턴부터 시작했어요. 와 안 힘들어요? 그래도 이 악물고 포기 안 했어요.”
결국 박 씨는 천신만고 끝에 2006년 유명 여성 브랜드의 디자이너팀장까지 올라 업계에서 신화적 인물이 됐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2009년 자신의 브랜드 ‘그리디어스’를 차렸다. 자기 인생의 최종 목표인 “그리디어스를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워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해외 진출의 길을 터주는 이가 되겠다”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해외의 이름난 브랜드들은 자기만의 색이 확고해요. ‘디올’ 하면 ‘뉴 룩’, ‘샤넬’ 하면 ‘트위드 재킷’을 떠올리죠. 저도 그렇게 정체성이 확실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저의 시그니처요? 화려한 프린트죠!”
당당한 그의 성격을 반영한 듯한 화려한 문양은 매 시즌 패션계에서 주목도가 높다. 영화 ‘아바타’나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회화에서 영감을 얻어 화려한 원색을 과감하게 조합한 패션을 선보여 왔다.
“맞아요. 옷은 사람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언어라 생각해요. 제가 옷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건 당당함이죠. 제 옷을 입고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또 어디 있을까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