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캠퍼스, 지역 발전 허브로 거듭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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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혁신 나서는 지방대 下

전북대 정문인 백제대로에서 전주의 명물 덕진공원에 이르는 1km 길이의 ‘공감터길’. 보도에 녹지를 조성한 후 캠퍼스 내부로 옮겼다. 이 길을 포함해 전북대 캠퍼스와 학술림에 조성된 11.4km의 둘레길은 전주의 전통을 강화하고 생태도시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전북대 정문인 백제대로에서 전주의 명물 덕진공원에 이르는 1km 길이의 ‘공감터길’. 보도에 녹지를 조성한 후 캠퍼스 내부로 옮겼다. 이 길을 포함해 전북대 캠퍼스와 학술림에 조성된 11.4km의 둘레길은 전주의 전통을 강화하고 생태도시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지방대학들은 본교와 서브캠퍼스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대학 발전을 꾀할 뿐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에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사립대는 지역을 넘어 해외에도 캠퍼스를 개척하고 있는데 역시 지역 발전에 바탕을 둔 것이다. 관건은 지역산업과의 연계성에 맞춰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다. 대학들의 최종 목표는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이미지와 평판도를 높여 우수한 자원을 유치해 명문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 거점 국립대, 지역 발전에 특화된 캠퍼스 조성

전북대의 ‘한스타일 캠퍼스’ 조성은 ‘전주=한옥’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대학도시 전주’라는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학도시 전주’는 전북대의 긍정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면 전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도시 발전을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기업이 아닌 대학 주도로 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이 전략은 현 정부의 ‘콘텐츠 중심’ 성장과도 맞물려 있을 뿐 아니라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대학 중심 도시 성장이라는 것 때문에도 의미가 있다.

관광산업 전문가인 김형우 박사(관광경영학)는 “전북대의 ‘한스타일 캠퍼스’ 전략은 전주 한쪽에 치우친 한옥 콘텐츠를 확산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스토리가 더해지면 대학과 도시에 다 좋은 시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제 건축양식으로 세워지는 전북대 큰사람교육개발원이 완공되면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새로운 한옥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2만여 m² 캠퍼스에 조성된 한옥 콘텐츠 및 11.4km에 이르는 캠퍼스 둘레길과 신정문 및 덕진공원을 연결하는 녹색예술 거리인 ‘공감터 길’ 등은 시민은 물론이고 관광객에게도 특화된 캠퍼스에서 받은 인상을 도시 이미지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북대 6개 서브캠퍼스 중 하나인 고창캠퍼스는 ‘한스타일 캠퍼스’를 뒷받침하는 교육 인프라다. 전북대는 대학원에 전국 유일의 한옥건축학과를 개설하고 있는데 고창캠퍼스는 3만8627m² 면적에 한옥 건축 전문인력양성과정 등 각종 한옥 건축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전주캠퍼스에서는 이론 교육, 고창캠퍼스에서는 한옥 건축 실습에 필요한 실습장을 갖추고 매년 400여 명의 한옥 건축 특화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해발 1246m육백산 중간에 있는 강원대 도계 캠퍼스. 900m산속에 있는 캠퍼스를 도계 읍내로 옮겨 도계를 국내 최초의 ’대학도시 도계’로 만든다는 게 강원대의 전략이다. 강원대 제공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해발 1246m육백산 중간에 있는 강원대 도계 캠퍼스. 900m산속에 있는 캠퍼스를 도계 읍내로 옮겨 도계를 국내 최초의 ’대학도시 도계’로 만든다는 게 강원대의 전략이다. 강원대 제공
강원대 삼척캠퍼스와 도계캠퍼스는 최근 동해시에 있던 한중대 폐교로 대학 발전과 지역개발에 있어 중요성이 더 커졌다. 한중대 폐교는 지역경제에 악영향, 인구 유출, 교육환경 악화 등 많은 문제를 발생시켰다. 삼척캠퍼스는 산학협력단지를 캠퍼스 안에 구축해 에너지특성화캠퍼스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2019년 완공될 그린에너지관은 지상 10층, 9970m²의 대형 건물로 포스코파워, 남부발전, 동해화력 등 지역 에너지 산업단지와 기술 교류에 있어 핵심 플랫폼으로 사용된다. 해발 900m에 있는 도계캠퍼스를 도계 읍내로 내려보내 도계를 명실상부한 ‘대학도시 도계’로 만들어 대학 주도 지역 발전을 증명하는 것도 강원대에 주어진 숙제다. 도계캠퍼스가 읍내로 내려오면 현재 1만4000명 수준의 도계 인구를 2만 명으로 늘리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대학의 판단이다. ‘대학도시 도계’를 만드는 데 기본적인 전제는 ‘교육과정 순회 허용’. 이는 이동 수업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는 한국체대 소속 국가대표 학생들의 수업 편의를 위해 진천선수촌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강원대는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발전에 대학의 역할이 강조되는 ‘대학도시 도계’가 성공하려면 도계캠퍼스에도 이동 수업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양산캠퍼스는 정부가 추진 중인 ‘동남권의생명특화단지’ 조성에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권의생명특화단지’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미래 유망 산업인 의약바이오헬스산업의 국가 거점을 양산시에 구축하는 것. 부산대는 양산캠퍼스를 의·약·생명과학의 메카로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부산대가 이런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던 데는 거점 국립대로는 유일하게 양방병원, 한방병원, 치의과병원을 모두 갖추고 있는 등 특화된 의학교육 인프라와 2003년 경암 송금조 선생의 기부에 의해 조성된 110만 m²(약 33만3000평) 규모의 양산캠퍼스 덕분이다. 양산캠퍼스의 특화 전략은 부산대의 연구중심대학 전환에 주춧돌이 될 거라는 예상이 많다.

○ 지방 사립대, 지역산업 발판으로 해외까지 개척

원광대가 중국 연변대학에 설립한 북방농업 연구소는 농업생명과학 연구의 무대를 세계로 넓히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원광대 제공
원광대가 중국 연변대학에 설립한 북방농업 연구소는 농업생명과학 연구의 무대를 세계로 넓히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원광대 제공
원광대는 전북도가 핵심 산업의 하나로 농생명 분야 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것과 연계해 ‘생명산업 특성화’를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원예산업학과(종자산업학 전공) 식품생명공학과 생물환경화학과 식품영양학과 등은 지역 연계로 특화가 가능한 전공 분야다. 전북에는 종합산업진흥센터가 2016년 11월 들어선 데 이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이전했고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가 조성되는 등 농업 연구의 메카로 변모하고 있다. 원광대의 농업생명산업 특성화는 지역적인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한 발전 전략이다. 나아가 중국 연변대에 4000m² 규모의 북방농업연구소를 개소하고 카자흐스탄농업대와는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베트남 컨트대와도 협력을 추진하는 등 식물 육종 연구의 범위를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동서대는 ‘실전적 특성화’를 위해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을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의 센텀 캠퍼스로 옮겼다. 동서대 제공
동서대는 ‘실전적 특성화’를 위해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을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의 센텀 캠퍼스로 옮겼다. 동서대 제공

동서대는 중장기 3대 개혁 비전의 하나로 ‘특성화 전략’을 포함시켜 부산의 발전 방향과 코드를 맞춘 실질적인 산학 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부산 해운대 센텀캠퍼스로 옮겨온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 영화영상산업의 중심에서 입체적인 산학 연계를 통한 ‘실전적 특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임권택대학’은 2015년 디지털콘텐츠 분야와 통폐합해 단과대 체제로 재출범했다. 관광학부가 올 1학기에 센텀캠퍼스로 옮기는 것도 집적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관광학부는 전시·컨벤션시설, 호텔, 여행사와 연계한 공동 교육, 인턴십 등의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실무형 관광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대학은 또 아시아 최초로 한중 합작 대학인 중국 중남재경정법대에 제2캠퍼스를 설립해 동서대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300명의 현지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종승 urisesang@donga.com·구자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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