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예고 구름 봤다” 또 재난 틈타 고개든 가짜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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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단기 강좌 마련’ 등 유언비어… 일부 매체, 검증없이 그대로 보도

15일 포항 지진 발생 후 온라인에 퍼진 구름 사진. 일부에서 지진운 의혹을 제기했지만 기상청은 부인했다. 사진 출처 트위터
15일 포항 지진 발생 후 온라인에 퍼진 구름 사진. 일부에서 지진운 의혹을 제기했지만 기상청은 부인했다. 사진 출처 트위터
‘역대급’ 지진과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사태 속에서 가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후 일부 인터넷 매체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목격된 지진운(地震雲)’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기사에는 얇고 긴 모양의 구름이 밭고랑 모양으로 층층이 떠 있는 사진과 함께 ‘지진운은 지진이 나기 전 생기는 구름’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달았다. 하지만 지진 발생을 미리 알리는 지진운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지진운 논란은 한 누리꾼이 13일 경남 창원에서 촬영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뒤 ‘이거 혹시 지진운 아닌가’라고 적은 글에서 시작됐다. 이틀 뒤 지진이 나자 ‘지진 예언’이라며 화제가 됐고 일부 매체가 이를 그대로 받아 썼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때도 지진운 뉴스가 쏟아졌다. 하지만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지진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진운의 존재를 일축했다.


정부가 수능 연기를 결정한 직후 회원 10만 명가량인 한 온라인 수능 커뮤니티에 ‘지구가 준 선물, 마지막 일주일을 불사르는 직전특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대치동 특강상품’이라는 설명이 더해졌다. 하지만 이 광고는 허위였다. 해당 커뮤니티 측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글은 SNS를 타고 확산됐고 일부 인터넷 매체는 ‘지진을 상품화한다’며 비판 기사까지 보도했다. ‘EBS에서 지진특강 일주일 단기 완성 강좌를 마련했다’ ‘수능이 일주일 연기가 아니고 20일로 바뀌었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16일 내내 온라인에 퍼졌다.

지진을 둘러싼 진영 갈등 양상도 나타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 때와 달리 긴급재난문자가 신속히 전달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대통령 잘 뽑아서 문자도 빨리 온다”는 게시물과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자 “긴급재난문자 발송 시스템은 박근혜 정부 때 바뀐 것”이라는 반박성 글도 잇따랐다. 긴급재난문자는 경주 지진을 계기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를 거치지 않고 기상청이 직접 보내도록 개편됐다.

경찰청은 온·오프라인에서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인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위법행위에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

조동주 djc@donga.com·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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