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FTA 이어 한국家電 세이프가드 예고한 ‘트럼프 리스크’

동아일보 입력 2017-10-09 00:00수정 2017-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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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한(對韓) 통상 압박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5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미국에 연간 1조 원어치의 세탁기를 수출하는 삼성과 LG의 경쟁 상대인 월풀이 제기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청원에 ITC 위원 4명이 만장일치로 월풀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난달 22일 한국산 태양광 패널에 이어 두 번째 자국 산업피해 판정이다.

세이프가드는 덤핑을 하지 않더라도 특정 품목 수입이 급증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ITC가 19일 양국 당사자를 불러 공청회를 연 뒤 12월 초 대통령에게 조치를 건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60일 내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한다. 지난해 대선에서 ‘외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다시 찾아오겠다’고 공약한 트럼프가 세이프가드를 긍정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미국의 통상 압박에 약자일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협상 무대에서 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정부가 전략을 치밀하게 짜 상대에게 우리 논리를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한다. 11일 예정된 정부 당국자와 재계의 회동에서 공청회 대응책을 정교하게 마련하기 바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테네시 주에서 짓고 있는 가전(家電)공장이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미 언론들도 ITC 판정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보도하는 만큼 여론이 우리에게 나쁘지만은 않다. 지금은 ITC 조치를 최대한 완화하는 데 통상역량을 집중할 때다.

한미 양국은 앞서 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특별공동위원회에서 FTA 개정 협상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미국 최대 통상 현안인 캐나다·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면 한미 FTA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려 할 것이다. 우리로선 미국이 대규모 흑자를 보이는 지식재산권과 법률, 통신, 금융부문 등 서비스분야의 무역역조를 시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FTA 개정 최종 결정은 미 의회가 쥐고 있는 만큼 협상 중에도 의회를 대상으로 한 로비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FTA에 세이프가드로 이어지는 트럼프발(發) 경제리스크 대응에 정부와 정치권, 재계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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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미국 통상 압박#세이프가드#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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