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8세 여아를 살해한 A 양(17)이 조현병(정신분열증)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조현병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동아일보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범죄심리 분석가와 조현병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습니다.
#. #1. A 양은 조현병? 사이코패스?
A 양은 피해자를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유인하는 과정에서 CCTV가 설치된 15층을 피해 13층에 내렸죠 이 치밀하고 계획적인 행동은 조현병 증상인 △충동 행동 △의사소통 둔화 △언어·행동체계 와해와 거리가 멀죠.
“시신을 옥상 물탱크에 유기하는 행동을 보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나 다중인격(해리성 정체감 장애) 증상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2. 정신질환 증상 꾸며냈나?
그는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꿈인 줄 알았다” “시신 유기 과정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죠. 전문가들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정신질환 병력을 꾸며내는 다른 강력범죄자들처럼 A 양이 불구속 수사나 감형을 기대하고 증상을 과장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3. 정신질환 범죄자는 처벌을 피할 수 있나?
정신질환 증상을 과장하려는 일부 범죄자의 전략은 최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요. 검경이 정신감정을 통해 사건 당시 증상 발현 여부를 조사하기 때문이죠.
대검찰청에 따르면 정신질환 강력범죄자의 기소율은 49.9%. 전체 강력범죄 기소율(47.8%)보다 높습니다. 구속돼 재판에 넘겨지는 정신질환자의 비율도 18.4%로 전체 평균(14.3%)보다 높죠.
#4. 조현병 환자는 폭력적인가?
조현병의 대표 증상인 피해 망상이 심해지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기간이 길어져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폭력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범행 가능성이 5% 이하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A 양은 조현병 자체보다 가족이 치료에 적극 개입하지 않고 관리를 하지 않은 탓이 크다” 권일용 경찰청 범죄행동분석관
#5.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율이 높다?
대검에 따르면 2015년 인구 10만 명당 전체 범죄자 수는 68.2명. 정신질환자의 이 비율은 33.7명으로 절반에 못 미칩니다.
다만 최근 정신질환 강력범죄 증가세가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가파른 것은 사실인데요. 기존에는 일반인으로 기록됐을 보복운전 가해자가 ‘분노조절 장애자’로 분류되는 등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죠. #6. 두 달 후 정신질환자가 대거 퇴원하나?
의료계 일부에선 5월 30일 시행될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강제입원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현재 입원 환자 4만2210명 중 1만5000¤1만9000명이 한꺼번에 퇴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퇴원 환자가 3000명 이내일 것으로 보고 있죠.
“입원 환자를 붙잡아두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병원에 발길을 끊은 중증 환자를 관리하는 것” 최성구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
#. 조현병을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이 범죄의 연결고리가 되지 않도록 시회 전체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원본 | 조건희 기자·김호경 기자 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김한솔 인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