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전엔 유럽파… ‘신태용 감독의 한 수’ 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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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2016 리우올림픽]원팀
3-3 동점… 1승1무 조1위 질주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난놈’으로 불리게 된 이유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 한 토막.

“‘내가 잘났다’는 뜻이 아니라 좋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는 운을 타고났다는 뜻이다. 고비 때마다 ‘한 방’을 해주는 선수들이 나타나더라.”

8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축구 C조 2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신 감독을 미소 짓게 만든 주인공은 ‘유럽파 공격수’인 손흥민(24·토트넘)과 석현준(25·FC포르투),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다. 한국은 3-3으로 비겨 아쉽게도 8강 진출을 확정짓지 못했지만 해외파 공격수들이 모두 골 맛을 보면서 자신감 속에 멕시코와의 최종 3차전(11일)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멕시코와 승점(4점)은 같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 조 1위가 된 한국은 11일 멕시코와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 티켓을 따내게 된다.
○ 적중한 ‘신의 눈’

8일(한국 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올림픽 조별리그 경기에서 한국은 ① 전반 24분 황희찬(11번)의 선제골로 앞서 갔다. 선수들은 올림픽 개막 전 부상으로 하차한 송주훈의 등번호였던 4번 유니폼을 들고 세리머니를 했다. 독일이 전반 32분과 후반 9분 잇따라 골을 넣으며 역전했지만 한국은 ② 후반 11분 손흥민(오른쪽)의 동점골이, ③ 후반 41분 석현준의 재역전골이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독일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사우바도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전날 신 감독은 “독일전만 생각하고 팀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공격수 포지션을 모두 유럽파로 채운 것도 독일전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독일 수비수들의 스피드가 떨어지는 점을 공략하기 위해 이날 최전방에는 황희찬을 내세웠다. 대표팀에서 황희찬은 ‘웨인 루니(잉글랜드)의 저돌적 돌파와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의 재치 있는 드리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진영을 쉴 새 없이 파고든 황희찬은 신 감독의 기대대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신태용호’에서 7개월 만에 골을 넣은 황희찬은 “리그 수준이 높은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를 상대로 나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손흥민과 석현준도 제몫을 톡톡히 했다. 이날 한국의 최대 고비는 독일이 2-1로 역전에 성공한 후반 10분이었다. 기세가 독일로 넘어갈 수 있었던 위기의 순간 손흥민은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독일에 역전골을 허용한 지 2분 만이었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체코 평가전에서 유럽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 힘을 보여줘 신 감독이 와일드카드로 뽑은 석현준은 이날 교체로 경기장에 들어간 지 12분 만에 한국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 다이내믹 룸메이트와 고독한 킬러

손흥민과 황희찬의 장점이 빠른 돌파와 민첩함이라면, 석현준은 몸싸움과 슈팅 능력이 뛰어나다. 경기 방식의 차이는 평소 생활에서도 드러난다.

대표팀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은 룸메이트. 최고 스타와 한 방을 쓰게 된 막내 황희찬이 주눅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흥민이가 군기를 잡을 줄 알았는데 둘이 친하게 지내 신기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방에서 희찬이와 상대 팀을 분석하면서 서로 어떤 공격 방식이 편한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힙합을 좋아해 독일전 골 세리머니도 함께 만들었다. 황희찬은 선제골을 넣은 뒤에 손흥민과 함께 한 케이블채널의 힙합 프로그램에서 유행한 춤을 췄다. 춤을 춘 뒤에는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송주훈(미토 홀리호크)의 유니폼을 흔들며 리우에 함께 오지 못한 송주훈을 위로했다.

발랄한 성격의 ‘다이내믹 룸메이트(손흥민-황희찬)’와 달리 석현준은 말수가 적다. 대표팀 관계자는 “석현준은 혼자 조용히 경기를 준비하는 것을 즐기는 ‘고독한 킬러’ 타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골을 터뜨린 뒤에 평소처럼 양손을 들고 기도를 외우는 세리머니를 했다. 상파울루 전지훈련 때는 석현준이 황희찬과 한 방을 썼다.

석현준은 “23세 이하 선수 중에 흥민이와 안면이 있는 선수가 희찬이밖에 없다고 해서 양보했다. 희찬이랑 있을 때도 즐거웠다”며 웃었다.

사우바도르=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독일전#유럽파#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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