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샌드위치 아티스트… 세균 킬러… 기발한 직함에 업무효율 ‘쑥’

  • 동아일보

최근 수평적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직급체계를 손보거나 다양한 직함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디즈니의 경우 자사 놀이공원 직원들을 ‘캐스트 멤버’라고 부른다. 서브웨이는 매장 생산직 근로자를 ‘샌드위치 아티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업들이 기발한 직함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런던 경영대학원 댄 케이블 교수는 새로운 직함을 활용하는 게 직원들의 업무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팀은 병원 직원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실험그룹)에는 직원들 스스로 새로운 직함을 만들도록 했다. 그러자 전염병 전문가는 ‘병원균 킬러(germ slayer)’, 예방 접종을 맡은 간호사는 ‘민첩한 주사(quick shot)’, X선 기술자는 ‘뼈 수색대(bone seeker)’라는 명칭을 지어냈다. 나머지 집단(통제그룹)에 속한 직원들에게는 기존의 직함을 그대로 쓰게 했다. 5주 후, 새 직함을 만들지 않은 통제그룹 직원들에 비해 실험그룹에 속한 이들의 업무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새 직함을 갖게 된 사람들은 감정적 소진 정도가 덜하고, 스스로를 더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으며, 자신의 직업을 더 높이 평가했고, ‘심리적 안정감’을 더 많이 느낌에 따라 정보도 더 자유롭게 교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 교수 연구팀은 이를 기업 차원으로 확대 적용했다. 유럽의 한 대형 양조장을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했다. 단, 이번에는 직원들이 각자 고유의 직함을 만드는 대신 같은 일을 하는 직원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직함을 함께 만들도록 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로운 직함을 공유한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16% 더 높고 소속감도 11%나 높았다.

연구팀은 이후 새로운 직함을 만드는 방법론을 개발했다. 새 직함을 만들 때 거쳐야 할 첫 번째 단계는 자기 직업의 목적에 대해 성찰해 보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곱씹어보는 것이다. 그 다음 ‘새 직함 만들기’ 작업에 배정된 직원들이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내는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운영하되, 다른 동료 직원들로부터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렇게 모은 각종 아이디어와 관리자의 의견을 종합해 새 직함을 결정한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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