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윤상현 공천개입설’ 뭉개다 총선에서 망할 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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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 갈등이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다. 그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살생부 파문’을 이유로 당초 경선 지역에 포함시키기로 했던 김무성 대표 지역구(부산 중-영도)를 독단적으로 제외하자 공천 심사 보이콧을 선언했던 비박(비박근혜)계가 어제 복귀했다. 이 위원장은 “더 많은 소통으로 공관위 구성원 모두가 합리적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전 구성원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 정도로 공천암투가 해결됐다고 보긴 어렵다.

공관위가 어제 발표한 공천심사 결과에서 김 대표의 지역구는 여전히 제외됐다. 살생부 파문에 연루된 정두언 김용태 의원 지역은 물론이고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의 지역구,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등 민감한 곳은 생선가시를 발라내듯 쏙 빠졌다. 비박계는 윤 의원의 ‘해당(害黨) 행위’를 문제 삼아 공천 배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친박(친박근혜)계는 ‘취중 실언’이므로 사과로 덮거나, 살생부와 막말을 동급으로 놓고 거래하듯 처리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그렇게 넘어갈 순 없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막말 파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 공천 개입을 통해 당 대표를 낙천시키려 했다는 것이 사안의 본질이다. “내일 쳐야 돼. 그래서 내가 A형한테다 B형(과 같이) 해가지고 정두언이 하고 얘기할게”라는 발언을 보면 술 또는 권력에 취한 윤 의원이 친박 핵심과 공모해 비박 중진들을 물갈이하려는 사전 기획을 노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이라면 권부(權府)의 음모와 구시대적 정치공작의 악취가 진동하는 일이다. 윤 의원과 통화한 ‘형님’과, 통화 중 그가 김 대표 낙천을 의논할 상대로 언급한 2명의 ‘형’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이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극비회동 여부도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 청와대의 공천 개입설이나 친박과 청와대의 물밑 교감설 같은 의혹이 꼬리를 무는 것 자체가 문제다.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윤 의원이 술을 핑계로 계속 사실을 감출 경우, ‘보이지 않는 손’이 여당 공천을 좌우하고 있다는 의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어제 “내가 입을 열면 나는 망한다”고 했다. 윤 의원이 입을 열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망하는 수가 있다. 집권여당의 공천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박 대통령 주변을 윤 의원 같은 측근이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무슨 말로 표를 달라고 하겠는가. 그가 형이라고 부른 친박 핵심이 나서서 결자해지(結者解之)라도 해야 한다.
#윤상현#새누리당#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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