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스포츠, 돈만 먹는 하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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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기자
이승건 기자
“삼성이 설마 스포츠 구단도 함께 매각하겠어? 아마 매수하려는 회사가 사지도 않을걸.”

“그러니까 다시 구단들을 가져와 별도의 스포츠단을 만든다는 말이 나오는 거겠지.”

“그동안 스포츠를 통해 얻은 게 많은데 쉽게 놓지는 않을 거야. 홍보 효과도 그렇고….”

“솔직히 말해 한국에 삼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 스포츠를 통한 홍보는 말이 안 되지.”

“그나저나 삼성이 스포츠에서 손을 뗀다면 정말 큰일인데. 너도나도 안 한다고 할걸.”

최근 스포츠 관계자들 사이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화 내용이다. 삼성그룹 산하 5개 프로구단(야구, 축구, 남녀농구, 남자배구)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제일기획의 매각설이 나오면서부터다. 대화는 대개 걱정으로 끝난다. 재계 1위 삼성이 그만둔다면 다른 기업이 적자를 감수하고 스포츠단을 운영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프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기업이 대놓고 손해를 감수하는 셈이다. 기업들이 이런 현실에서 스포츠단을 꾸려온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사회공헌과 기업 이미지 홍보다. 하지만 ‘수익 지상주의’ 물살은 점점 크고 빨라져 조만간 두 가지 이유를 삼키고도 남을 기세다.

스포츠단을 없애면 얼마의 돈은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프로 구단 운영이 대가 없이 돈만 쓰는 일은 아니다. 한국 체육의 근간이 프로 스포츠를 통해 마련됐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제일기획 매각설이 나올 즈음 논문 하나를 읽었다. 프로농구 LG 김완태 단장이 한양대 대학원 글로벌 스포츠산업학과 석사 과정에서 쓴 것이다. 논문의 결론은 대략 이렇다. 기업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임직원들은 애사심을 갖고 자기 구단을 선호하고 응원한다. 직원 가운데 미혼자보다는 기혼자가 경기 관람에 관심이 높고, 특히 가족 단위 동반 관람을 선호한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연구들은 있었다. 하지만 프로구단의 실무 책임자가 직접 썼기에 눈길이 갔다. 캐나다, 영국, 미국 등의 현지법인 근무 경험이 많은 김 단장은 2012년 농구단에 부임했다. 단장으로 꼬박 네 시즌을 치렀기 때문에 프로농구의 현실에 대해 잘 안다. 그는 “현재 환경에서 프로농구 구단이 수익을 내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작아도 꾸준히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 일본, 호주 등과 연계하는 것도 추진해볼 만하다. 농구단을 갖고 있는 많은 기업이 글로벌 회사다. 국내 선수를 잘 활용하면 해외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판을 키워야 수익도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의 적자나 눈앞의 성적만으로 구단의 존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고 아쉬운 일이다. 구단 운영을 통해 임직원의 애사심을 높일 수 있는 것부터 돈으로는 환산하기 어렵다. 판을 키워 보기는커녕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일로 프로 스포츠 관계자들이 전전긍긍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삼성#제일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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