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번엔 ‘KFX보고’ 발뺌… 김관진 안보사령탑 자격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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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 차질과 관련해 이번엔 누가 언제 무슨 보고를 받았느냐를 놓고 문제가 커지고 있다.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어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6월에 미국 정부가 한국형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KFX 문제를 보고받은 시점은 9월이라고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은 밝혔다. 김 실장은 이렇게 중요한 보고를 받고도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석 달이나 대통령 보고를 지연시켰다는 얘기다.

김 실장은 지난해 3월 23일 방위사업추진위원장이자 국방부 장관으로 공군의 차기 전투기 기종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를 선정하는 결정을 내린 당사자였다. 지난달 22일 공군 국감에서 F-35A 도입 과정에서 이전받기로 했다던 4건의 핵심 기술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이전 반대를 결정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경위 조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컸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미국 순방 때 따라가 미국 측에 기술 이전을 요구하다 면전에서 거절당해 무능외교 논란까지 빚은 바 있다.

김 실장은 이날 “F-35A 선정 당시 기술 이전 불가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때 방추위 분과위는 이미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김 실장은 “분과위는 실무자 회의라 핵심 사안만 보고받는다”고 변명했지만 4대 핵심 기술 문제를 빼고 무슨 보고를 받았다는 말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김 실장이 국방부 장관 시절 기술 이전 불가능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보고를 지연시킨 채 몰랐다고 발뺌한다면 국민을 속이고 대통령까지 속이는 일이다. 김 실장은 지난해 3, 4월에 발생한 북한 무인기 사건이나 28사단 선임병들의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빠져나갔다.

김 실장은 2013년 9월 국회에서 “(KFX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런데 20조 원 규모의 한국형전투기 사업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는데도 즉각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점을 포함한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의 컨트롤타워인 김 실장의 보좌를 제대로 받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kfx#전투기#김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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