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오희숙 전통 부각’ 인기몰이… 매출액 절반 해외서 나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영남 파워기업]<15>부각 생산업체 하늘바이오

오희숙 전통부각을 생산하는 현대식 시설의 하늘바이오 거창 공장. 경남 거창군 남상면 거창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서 있다. 윤형묵 총괄사장은 “수출물량을 소화하려면 라인 증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오희숙 전통부각을 생산하는 현대식 시설의 하늘바이오 거창 공장. 경남 거창군 남상면 거창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서 있다. 윤형묵 총괄사장은 “수출물량을 소화하려면 라인 증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8일 오후 경남 거창군 남상면 거창일반산업단지에 있는 ㈜하늘바이오 농업회사법인(대표 윤효미) 실내작업장. 쾌적한 분위기에 유니폼을 입은 여성 직원 20여 명이 얇게 자른 감자에 찹쌀풀을 발라 건조대에 하나씩 펼치고 있었다. 일정 기간을 말린 다음 튀기고 시럽으로 처리하면 양파와 바비큐 등 독특한 맛이 나는 부각이 완성된다.

부각은 다시마 조각, 깻잎, 고추 따위에 찹쌀풀을 발라 말렸다가 기름에 튀긴 반찬. 하늘바이오가 생산하는 부각은 간식용과 안주용이다. 제철 음식을 다른 계절에도 먹을 수 있도록 갈무리했던 조상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자연식품이다.

하늘바이오의 브랜드는 ‘오희숙 전통부각’이다. 파평 윤씨 종가에 시집을 간 오희숙 여사(61)는 집안 대소사를 치르며 음식솜씨가 남달랐던 시어머니(이진혜 씨·작고)로부터 부각 만드는 법을 배웠다. 상품화는 30대 중반에 시도했다. 무역회사에 근무하던 남편 윤형묵 씨(65)의 해외 지인들에게 김치나 소고기 대신 손에 들려주었던 부각의 반응이 의외로 좋은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15년 정도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오희숙 전통부각’은 밖으로 눈을 돌렸다. 밀가루 대신 순식물성을 선호하는 스낵 트렌드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현지인 기호에 맞는 다양한 맛의 시럽도 개발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달거나 짜지 않으면서 바삭바삭하고 거칠지 않은 식감을 찾아냈다. 이제 하늘바이오 부각은 국내외 시장에서 ‘자연 스낵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과정엔 유학파인 딸 효미 씨(38)의 도움이 컸다. 미국시장에서 김 부각 가격은 30g들이 한 봉지에 7000원 선. 현지 회사가 만든 감자 스낵보다 비싼 편이다.

오희숙 명인의 전통부각을 생산하는 하늘바이오 생산 현장. 경남 거창지역 60세 이상 주부들이 얇게 자른 감자에 찹쌀 풀칠을 한 뒤 건조를 위해 정성스럽게 널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오희숙 명인의 전통부각을 생산하는 하늘바이오 생산 현장. 경남 거창지역 60세 이상 주부들이 얇게 자른 감자에 찹쌀 풀칠을 한 뒤 건조를 위해 정성스럽게 널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하늘바이오가 생산하는 부각은 고추 연근 우엉 감자 고구마 호박 콩 등 농산물과 인삼 더덕 도라지 생강 뚱딴지 마늘 초석잠 등 기능성식품, 해조류인 김 다시마 미역 등 17개 품목이다. 어려움도 많았다. 4년 전엔 공장이 모두 불에 타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임시 공장에서 생산을 하다 최근에 지원금 등 50억 원을 들여 새 시설로 옮겼다. 초창기엔 나이 든 직원들이 레시피를 외면한 채 자신의 입맛에 따라 양념을 처리해 애를 먹기도 했다.

지난해 부각 260t을 생산하며 소비한 지역 농수산물은 800t. 오 씨는 “부각은 자연의 맛에 약간의 정성을 곁들인 것”이라며 원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햇살에 말리고 바람으로 풀칠한 오희숙 명인 부각’이라고 홍보하는 이유다. 경남 진주와 전남 곡성 등 3개 공장에서는 60세 이상 주부 100명을 채용하며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오 씨는 2009년 부각 제조·가공 분야 식품명인으로 지정됐다. 부각 명인은 한 명뿐이다. 2002년 국무총리상을 시작으로 농업인 대상, 세계특허기술전 금상, 농촌진흥청장상, 농수산식품부장관상을 받았다.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도 획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에서도 생산 과정에 합격점을 줬다. 부각 관련 특허도 14건이나 된다.

하늘바이오의 매출액은 약 50억 원. 절반가량이 수출에서 나온다. 올해는 경기 위축과 메르스의 여파로 주춤했지만 내년에 매출 100억 원대 돌파를 기대한다. 2020년 매출 목표는 500억 원.

윤 대표는 “1000억 원대에 이르는 국내 시장은 거의 포화 상태”라며 “경남도와 거창군 등이 수출업무를 지원해주면 미국에 이어 일본 중국 필리핀 러시아 호주 등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부각#생산업체#하늘바이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