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74곳 인건비 못대… “정부 재원, 지방으로 이전을”

배혜림기자 , 황형준 기자 입력 2015-07-01 03:00수정 2015-07-0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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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지방자치 20년]<上>반쪽짜리 지방자치 “돈도 권한도 없는 반쪽짜리 지방자치다.”

전국 광역단체장 17명이 민선 지방자치 20년을 평가(10점 만점)한 결과 평균 점수는 5.6점에 불과했다. 주민 참여가 확대되고 자치 및 분권 의식이 확산되는 등 순기능이 늘어나긴 했지만 지방정부의 과도한 중앙정부 의존 혹은 종속 현상은 여전하다는 인식이 컸다.

광역단체장 12명은 수도권 위주의 정부 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은 결국 지방투자 감소와 기업 유치 및 신규 고용 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지역균형 발전 의지가 정권에 따라 들쭉날쭉해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악화는 무리한 사업 확장 등 지자체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민선 지자체장이 공약으로 추진한 국제행사나 산업단지 조성 등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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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안상수 전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하면서 재정이 크게 악화됐다. 정부가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지어 놓은 문학경기장을 아시아경기 주경기장으로 쓰도록 권고했지만 안 전 시장이 새로운 경기장 건설을 고집하면서 아시아경기 준비에만 2조3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경남 사천시는 2012년 당시 정만규 시장이 삼천포 일대에 레이저쇼 시설 설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투자를 약속한 기업이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참여를 포기했음에도 자체 비용을 들여 사업을 강행하면서 2013년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 민선 20년이 됐음에도 지자체장 비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용부 전남 보성군수와 박병종 전남 고흥군수는 지난달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호남 지역에서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자치단체장이 7명이나 된다.

새누리당 소속인 심현보 경남 진주시의회 의장은 구속 수감 중이다. 2011년 3월 진주 지역 면장과 공무원에게 압력을 넣어 하수도 정비공사를 수주하는 등 2013년 12월까지 총 52건에 82억4200만 원 상당의 각종 공사를 따낸 혐의다.

30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형사처벌로 물러난 자치단체장(광역, 기초 포함)은 102명이었고,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자체장 중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는 단체장도 34명이나 된다. 1991년 4월 시작된 1기 지방의원부터 2012년 6월까지 임기 중 사법 처리된 지방의원은 1200명이 넘는다. 이에 따라 “지방의원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자체장들이 다음 선거의 표를 의식해 당장 눈에 띄는 사업을 벌이다 재정난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많다. 자체 수입으로는 공무원 월급도 못 주면서 관리하는 공공건축물만 잔뜩 지은 결과 이 건물들의 관리·운영비가 되레 재정을 압박하는 지자체도 있다. 실제로 행자부는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243곳 가운데 30.5%인 74곳은 올해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를 대지 못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열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럼에도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중앙정부의 재원을 지방정부로 이전해야 한다’는 답변은 15명이나 했다. 지방의 자체 재원(지방세+세외수입)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견해는 2명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지자체 스스로 재정을 책임지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는 ‘지역 주민이 직접 자치단체를 구성하고 대표를 뽑아 자체적으로 복리를 증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져 왔다. 지역 일꾼을 뽑아야 하는 지방선거가 중앙정치 이슈에 빨려 들어가 결국 특정 정파의 ‘대리전’으로 치러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는 ‘세월호 참사 책임론’이, 2010년에는 천안함 사태와 무상급식, 세종시 이전 등의 이슈가, 2006년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사학법 개정이 지방선거를 집어삼켰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장의 업무와 역할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자체장의 역할 가운데 ‘중앙정부의 위임사무 처리’의 비중이 가장 크다”며 “중앙정부의 지역사무소로서의 기능을 분리 이전하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배혜림 beh@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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