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공단 임금에 억지 부리는 北 속셈이 궁금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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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달 10∼20일 지급되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3월분 임금을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인상한 기준에 맞추라고 한국 입주기업에 최근 통보했다. 우리 기업들은 북한이 남북 당국 간의 합의를 깨고 마음대로 정한 임금 인상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북한 근로자들이 북한 당국의 지시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 노동규정은 북측 근로자의 연간 임금 인상률을 최대 5% 이내에서 양측이 협의해 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은 3월분 임금부터 월 최저 임금을 종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9%(3.65달러) 올리고 입주기업들이 내는 사회보험료도 인상하겠다고 2월 24일 남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우리 정부는 “남북 합의를 위반한 북한의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의 개최를 통해 논의하자고 했지만 북측은 응하지 않았다.

북은 남북이 합의한 노동규정에서 전년도 최저 노임의 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인상하는 조항을 이번에 없앴다고 주장했다. 북이 요구한 인상률은 5%보다 0.19%포인트 높아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이 기존 합의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선례를 만들려는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요구가 관철되면 내년에는 더 높은 인상을 요구하면서 북한 주도로 개성공단을 이끌어갈 가능성도 있다. 경제 거래의 기본이 되는 ‘계약 준수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다. 이런 행태가 달라지지 않으면 한국 및 외국 기업에 대북(對北) 투자의 위험성만 널리 알리게 되는 꼴이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는 현재 5만4000여 명으로 평균 임금은 월 140∼150달러 수준이다. 140달러로만 잡아도 북한이 챙기는 돈은 연간 9000만 달러를 넘는다. 개성공단은 우리로서도 입주기업의 인건비 부담 감소와 북한 주민에 대한 ‘시장경제 교육의 장(場)’이라는 효과가 있으나 폐쇄적인 경제정책의 실패로 한 푼의 외화도 아쉬운 북한이 누리는 혜택이 훨씬 크다. 그럼에도 북한이 남북 합의를 깨면서까지 일방적으로 임금 인상률 등 노동규정을 바꾸겠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우리 정부와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굴복하거나 끌려가서는 안 된다.
#개성공단#노동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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