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사이즈’ 없애는 커피전문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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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바셋, 1일부터 매장서 판매 중단… 스타벅스는 메뉴판에 없어 눈총
업체측 “시내 임대료 등 부담 큰 탓”… 시민단체 “국내 커피값 美두배 달해”

회사원 김모 씨(41)는 카페라테를 주문할 때마다 가장 작은 사이즈를 고른다. 카페라테는 고온·고압으로 추출한 고농축 커피(에스프레소)에 거품이 있는 뜨거운 우유를 부어 만든다. 김 씨는 “카페라테는 작은 컵에 담아야 제맛이 난다”며 “우유 및 거품의 양이 적당해지고, 다 마실 때까지 음료가 잘 식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소용량 음료가 커피전문점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 작은 용량 음료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인 폴 바셋은 이달 1일부터 가장 작은 음료 사이즈인 ‘오리지널’의 판매를 중단했다. 오리지널의 용량은 236mL로 스타벅스의 ‘쇼트’ 사이즈(237mL)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폴 바셋은 “오리지널 사이즈를 찾는 고객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선택이 아닌 ‘폴 바셋이 의도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폴 바셋은 지난해 10월 음료 사이즈 체계를 개편하면서 기존 레귤러(236mL) 사이즈의 이름을 오리지널로 바꾸는 것과 동시에 메뉴판에서 뺐다. 즉 가장 작은 용량의 음료는 ‘아는 사람’만 시켜 먹을 수 있게 해 그것을 찾는 고객이 줄어드는 것을 ‘유도’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그랜드(472mL) 사이즈를 새로 만들어 더 비싼 음료군(群)을 만들어냈다. 결국 폴 바셋은 이번에 결국 오리지널 사이즈를 아예 없애버렸다.

소비자들은 이런 게 폴 바셋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역시 가장 작은 사이즈인 쇼트 사이즈를 메뉴판에 표시하지 않고 톨(355mL), 그란데(473mL) 등만 표시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YMCA시민중계실이 이를 문제 삼자 스타벅스는 최근 카운터에 ‘메뉴판에 표시하지 않은 메뉴도 있다’는 식으로 뒤늦게 안내에 나섰다. 스타벅스 이외에도 200mL대의 소용량 음료를 아예 팔지 않는 커피전문점이 상당수다.

커피업계가 이처럼 음료 사이즈를 이용한 ‘꼼수’를 부리는 것은 커피전문점 입장에선 고객이 어떤 사이즈를 주문하든 직원 인건비와 매장 임대료, 포장비용 등 고정비(fixed cost)는 같기 때문이다. 당연히 큰 사이즈 음료를 팔아야 이윤을 더 많이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은 한국의 커피 값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미 충분히 비싸다는 점을 들어 커피전문점들의 이윤 추구 행위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동아일보가 각국의 물가 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커피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한국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아메리카노 기준 4.85달러)이 ‘본고장’인 미국(2.45달러)의 2배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YMCA시민중계실 관계자는 “소용량 커피 음료를 메뉴판에서 빼거나 아예 팔지 않는 행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최소#사이즈#커피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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