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녹색 수의 입은 조현아, 계속 고개 떨구자 주의 받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2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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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첫공판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 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첫공판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 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피고인 들어오세요”

19일 오후 2시반경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 옅은 녹색 수의(囚衣)를 입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이 들어섰다. 상의 왼쪽에 수감번호 ‘4295’가 적힌 명찰이 붙어 있었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취재진과 일반인 등 120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조 전 부사장을 향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곧바로 시선을 판사석으로 돌렸다. 이어 오성우 부장판사 등 형사합의12부 판사들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첫 공판인 탓인지 조 전 부사장은 심하게 위축된 모습이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읽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의자에 몸을 파묻다시피 앉아있었다. 긴장한 듯 하얀 손수건을 양손에 번갈아 쥐기도 했다. 계속 고개를 떨구고 있자 법원 관계자가 다가가 자세를 바로 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자신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말한 조 전 부사장은 본인 의견을 묻는 판사에게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간간히 변호인과 귓속말을 주고받을 뿐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는 당시 일등석에 탑승한 승객 박모 씨(33·여·회사원)가 친구에게 보낸 모바일 메신저 내용이 공개됐다. 그는 당시 상황을 목격한 뒤 “완전 미친 X네, 사무장보고 내리래, 어머 진짜 내린다, 출발 안해”라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또 ‘땅콩 회항’이 발생한 뒤 대한항공 팀장급 직원들이 “죽이고 싶다” “기운 빠진다, 무슨 죄수 호송인지”라며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를 욕하는 내용이 공개되자 화면을 보던 조 전 부사장은 다시 고개를 떨궜다. 회항 당시 영상과 관제탑 교신 내역도 공개됐다. 미국 뉴욕 JFK 공항서 촬영한 영상에는 게이트를 떠난 비행기가 20초간 약 20m 이동하다 3분가량 멈춘 뒤 다시 게이트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재판 말미에 오 부장판사는 “조 전 부사장은 사회 복귀가 가능하겠지만 박 사무장과 김모 승무원(28)은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 관심사”라며 두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재판부 직권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2차 공판은 30일 오후 2시반에 열린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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