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40·여)이 미국에서 객실 서비스를 문제 삼아 활주로로 이동 중인 항공기를 후진시켜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에 대해 비난이 이어지자 결국 대한항공 측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8일 사과문을 통해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은 사과문에서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이유에 대해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과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 등을 문제로 삼은 것”이라며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5일 0시 50분(현지 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086편(A380 기종) 항공기는 토잉카(항공기를 끄는 차)에 의해 활주로 방향으로 약 20m 갔다가 다시 탑승구로 돌아가는 ‘램프리턴’을 했다. 이 비행기 일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 부사장이 남자 사무장 한 명을 여객기에서 내리게 한 것. 이 소동으로 비행기는 10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당시 조현아 부사장은 승무원이 견과류인 마카다미아 봉지를 보이며 “드시겠느냐”고 묻자 “왜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따졌다. 일등석 기내 서비스 매뉴얼에 따르면 비행기가 뜨기 전 승무원은 승객의 의향을 물어본 뒤 승객이 원하면 따로 마카다미아를 종지에 담아 내어오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사무장을 불러 매뉴얼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무장이 태블릿PC에서 상관 없는 파일을 여는 등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비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니 내려라”라고 고함을 질렀다. 조현아 부사장의 고함소리는 이코노미석까지 들릴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행기는 탑승구로 돌아와 사무장이 내린 후 다시 출발했다. 내린 사무장은 약 12시간을 기다려 당일 오후 1시에 출발하는 KE082편을 타고 귀국했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
1. 승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
▲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
▲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2.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습니다.
▲ 사무장을 하기시킨 이유는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이 하기 조치한 것입니다.
▲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습니다.
▲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입니다.
3. 철저한 교육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승무원 교육을 더욱 강화해 대 고객 서비스 및 안전제고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대한항공 사과문. 사진=동아일보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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