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김현 의원에 국민은 더 분노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4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일부 간부의 대리기사 집단폭행 사건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와 대질신문을 벌인 대리기사는 “김 의원의 ‘명함 뺏어’라는 말과 동시에 폭행이 시작됐다”고 거듭 확인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3일 첫 경찰 조사에 이어 “폭행 장면을 못 봤다” “반말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계속 부인했지만 여러 정황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 피해자들은 집단 폭행 때 바로 앞에 김 의원이 있었다면서 그가 폭행을 유발했다고 지목하고 있지 않은가.

김 의원의 당시 행적은 폐쇄회로(CC)TV에 분명하게 찍혀 있다. 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있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지난달 29일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게 해명 편지를 보내 폭행 현장 목격 등을 일절 부인한 바 있다. 운동권 출신 중에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때 뻔한 사실도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며 ‘수사 투쟁’을 체질화한 사람들이 있다. 김 의원이 잡아떼는 것도 그런 체질 탓인지 모르겠다.

폭행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는 김 의원의 태도에 국민은 더 분노하고 있다. 김 의원이 사건 바로 다음 날 사실을 사실대로 시인하고 진심으로 사과했더라면 일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김 의원의 잘못된 처신이 ‘세월호 민심’을 결정적으로 돌아서게 만든 것이다.

김 의원은 경찰을 감독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으로 7일 국정감사를 시작한다. 그가 수사 과정에서 특혜를 받을 생각이 아니라면 안행위 위원부터 스스로 사퇴하고 참회하는 자세로 조사를 받았어야 했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은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도 국감 시작 전 김 의원을 안행위원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서울남부지법은 그제 세월호 유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불구속 수사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이 사건 초기부터 권력의 눈치를 보는 듯 편파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장 기각이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특히 김 의원이 폭행 장면을 목격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폭행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공범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경찰은 철저하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수사해야 한다.
#김현#세월호#대리기사 집단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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