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수사 안했다지만… 송광용 의혹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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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전형’ 얽혀… ‘사퇴 배경’ 놓고 커지는 의문
宋 前수석 총장시절 서울교대 개설… 일부 유학원 브로커 역할 맡아
국내외 대학서 수십억 수수료 챙겨… 대학-유학원 검은거래說잇따라

송광용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 사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 장관과 함께 양대 교육수장인 송 전 수석이 교육 관련 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난 데다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그가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숨겨진 다른 비리가 사정당국에 포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1+3 전형’이 뭐길래

문제가 된 교육 프로그램은 ‘1+3 국제특별전형’으로 불린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여 개 대학이 앞다퉈 유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전형은 국내 대학에서 1년 동안 교양과 어학 수업을 받은 뒤 국제교류 협정을 맺은 외국 대학의 2학년으로 진학해 나머지 3년을 이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상당수 사립대가 해외 진학을 지도하는 1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 자기 대학의 정식 신입생을 뽑는 것처럼 광고하는 곳이 많아 혼선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의 피해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위법성 여부를 심사했다. 교육부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신설 때 교육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고등교육법에 어긋난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을 통한 운영은 평생교육법에 어긋난다며 2012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들에 폐쇄명령을 내렸다.

교육부는 당시 일부 유학원이 국내와 해외 대학을 연결하는 ‘브로커’ 역할을 하며 양쪽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교육비를 챙기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유학원 12곳을 수사 의뢰한 바 있다. 한 대형 유학원은 서울 주요 사립대들의 해당 전형을 위임받아 운영하면서 연간 수십억 원의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현재 대학가에서 해당 전형은 사라졌지만 일부 유학원은 여전히 ‘1+3’, ‘2+2’ 전형 등의 이름을 내걸고 유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석연찮은 경찰 수사

서울교대는 2009년 평생교육원에 해당 전형을 개설했다. 이후 2010년 초부터 2011년 말까지 해당 전형을 운영한 뒤 중단했다. 송 전 수석이 총장으로 재직하던 기간이었다(2007년 8월∼2011년 8월). 이미 해당 전형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에 2012년 교육부가 1+3 전형의 위법성을 파악해 폐쇄명령을 내릴 당시에 서울교대는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유학원을 운영하는 관계자를 통해 1+3 전형의 문제점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들어갔다. 이어 올해 초 1+3 전형을 운영했던 중앙대 등 일부 대학이 제기한 소송에서 “교육부의 폐쇄명령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지자 본격 수사에 나섰다.

수사 대상 17개 대학이 11개 유학원과 함께 모집한 학생은 5133명에 이른다. 경찰은 6월 9일 송 전 수석을 불러 조사한 뒤 7월 31일 송 전 수석을 입건했다. 이달 16일 그를 비롯한 6개 대학 관계자를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이 경찰 조사를 받았음에도 사흘 만인 6월 12일 그의 내정 사실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11일 뒤인 같은 달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했다. 3개월도 안 돼 사퇴한 시점은 해당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직후다.

경찰은 서울교대를 비롯해 대학 관계자들과 유학원 사이의 리베이트 등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송 전 수석은 총장 재임 중 평생교육원으로부터 1400만 원의 불법 수당을 받아 교육부의 감사를 받은 사실이 6월 19일 동아일보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송 전 수석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생교육원의 초과 수익 증대를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게 있어 보상적 경비로 지급받았다”고 해명했다.

서울교대의 경우 1+3 전형 운영 기간에 179명의 학생이 33억 원을 지불했으며 이 가운데 23억 원을 유학원 측이, 나머지 10억 원을 학교 측이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과 유학원 사이의 커넥션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희균 기자
#리베이트#송광용#1+3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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