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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꿈 이룬 13人 리틀전사 “라면 먹고 싶어요”

입력 2014-08-26 03:00업데이트 2015-04-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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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대표팀 통역 이알참씨가 본 우승 순간

29년 만에 우승컵을 한국에 안긴 야구 소년 13명이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은 ‘라면’이었다.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세계선수권대회)에 통역으로 참여한 이알참 서울대 베이스볼아카데미 사무국장(사진)의 전언이다. 이 국장은 “경기가 끝난 뒤 고생했다고 격려하면서 아이들에게 ‘뭐가 제일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입을 모아 ‘라면’을 외쳤습니다. 컵라면이라도 사다 줘야겠습니다”고 말했다. 결승전이 열린 2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윌리엄스포트 라매드 스타디움에서 이 국장이 전한 ‘리틀리그 우승기’를 소개한다.

결승 상대인 ‘재키 로빈슨 웨스트 리틀리그(시카고)’ 팀에 8-1로 앞선 채 마지막 6회말을 시작할 때만 해도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무사 2, 3루가 되니까 손에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8-4가 됐을 땐 진짜 걱정이 됐어요. 결국 동완이가 진짜 멋진 수비를 해준 게 발판이 돼 이길 수 있었습니다. 승리를 확정하고 아이들은 서로 몸에 물을 뿌리느라 난리가 났습니다. 1985년 이후 29년 만의 우승. 아이들이 어른들의 꿈을 대신 이뤄준 겁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하면서 한일전 승리, 세계 제패, 애국심 이런 것보다 어려서부터 어렴풋이나마 알던 야구라는 스포츠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멋진 사람들과 야구를 했고, 만남을 통해 교류했는데 만약 천국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마지막 결승전보다 일본과 국제그룹 결승전을 앞둔 24일이 더 떨렸습니다. 전날 밤 아이들과 초콜릿, 과자를 걸고 게임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들을 보고 걱정하지 말라는 듯 아주 신나게 웃고 떠들더라고요. 그 덕에 미국 중계진이 한일 라이벌 구도에 대해 질문했지만 “이건 아이들의 야구 경기이고,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것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 앞뒤로는 그렇게 순수하게 축제를 즐기던 아이들이었지만 필드 안에서는 달랐습니다. 야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모두가 자기 몫 이상을 해줘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권규헌 김동혁 김재민 문태민 박지호 신동완 안동환 유준하 윤준혁 전진우 최해찬 한상훈 황재용, 너희들 모두 정말 자랑스럽다!

처음에 저는 아이들의 잔치이니 이기든 지든 후회 없이 아이들과 열심히 놀다 오려고 했습니다. 우승보다 아이들에게 평생 남을 추억을 가지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경기를 시작하니 솔직히 욕심이 났습니다. 떨리기도 무척 떨렸고요. 그 상황에서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코칭스태프 지원하랴, 선수들 격려해 주랴, 심판이나 진행요원들과 통역하랴 완전히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승리하니 이 모든 게 말끔히 씻기더군요. 결국엔 스포츠니까요.

결승전 시작 전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 관중석에서 수줍게 태극기를 꺼내 응원하는 청년들과, 전날 우리 아이들과 바꿔 입은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우리 아이들을 응원하는 일본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는 왈칵 눈물이 나더군요. 이게 야구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경기하고, 끝나면 친구가 되는 그런 것 말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동완이가 외신 기자들에게 “청와대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걸 통역했습니다. 대통령님, 만나 주실 거죠?

정리=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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