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끝장토론 해놓고… 규제 되레 23건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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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약속한 52건중 16건만 해결… 뒤늦게 말바꿔 원위치한 경우도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규제개혁 장관회의’가 돌연 연기된 가운데 올 3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정부가 개선하기로 결정한 52건의 규제 중 현재까지 해결된 규제는 16건(3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끝장토론 이후 5개월간 새로 생긴 규제가 폐지된 규제보다 많아 전체 규제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끝장토론 당시 제기됐던 52건의 현장건의 과제 가운데 해결이 완료된 규제는 16건이었다. 정부가 52건 가운데 7월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힌 규제가 30건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 육박하는 14건의 규제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위원회는 6월까지 공인인증서 의무사용과 액티브X(ActiveX)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중 일부만 해결됐다. 금융위원회가 5월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화 규제를 없앴지만 액티브X를 대체해 인터넷쇼핑 시 결제를 지원하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국내 쇼핑몰에서 ‘천송이 코트’를 사는 데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끝장토론 직후에는 폐지하기로 했다가 말을 바꾼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당초 6월까지 재창업 기업 대표자에 대한 신용정보조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기로 했지만 재검토 결과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신 재창업 기업인의 신용회복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렌터카 회사가 운전자까지 딸려서 차를 빌려주는 ‘운전자 알선 영업’을 금지하는 규제 역시 6월까지 개선하기로 약속했지만 국토교통부는 택시 전세버스 등 기존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지역에만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나마 이런 내용의 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은 내년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부의 규제개혁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부처의 규제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정부 중앙부처의 등록규제는 14일 현재 1만5326건으로 끝장토론이 열렸던 3월 1만5303건에 비해 23건 늘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관련 규제가 늘어난 반면 각 부처가 폐지한 규제는 적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 주재로 20일 열 예정이었던 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연기한 것도 이처럼 각 부처의 규제개혁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국무조정실은 끝장토론에서 제기된 52건의 현장건의과제 개선상황을 점검한 뒤 민간 전문가와 기업인 등을 초청해 농업·인터넷경제·건축·지방자치단체 규제 개선 방향을 집중 토론할 계획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규제개혁 장관회의는 세월호 사고 이후 규제개선의 고삐를 당기기 위한 것으로 상징성이 큰 회의”라며 “이런 자리에서 규제개혁이 미진한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회의가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규제개혁#국무조정실#장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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