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장, 순찰일지 ‘라면 전사’그림에 앙심품고 범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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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계획적 단독범행’ 결론 발표… 사단장 - 대대장 - 중대장 보직해임
임병장 “부소초장이 모욕” 고소

육군은 15일 강원 고성 22사단에서 발생한 일반전방소초(GOP) 총격 사건이 임모 병장(22)의 계획적인 단독 범행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임 병장 측 변호인은 임 병장이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사격한 점을 들어 우발적인 측면이 있다고 주장해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건 수사를 지휘한 선종출 육군본부 헌병실장(준장)은 “임 병장이 범행 대상을 소초원으로 정하고 본인이 대피할 수 있는 곳에서 수류탄을 던진 점, 수류탄을 던지고 신속하게 생활관으로 이동해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한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계획된 시나리오를 갖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중앙수사단에 따르면 임 병장은 사건 당일 오후 4시경 자신이 내린 명령이 이행되지 않았고, 순찰일지 겉표지에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라면 전사’ 등의 그림이 더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이에 앙심을 품고 4시간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소초원 7명이 모여 있던 삼거리에서 ‘두고 온 물건이 있다’며 자리를 뜬 뒤 인근 그늘막 뒤편에 숨어 안전핀을 제거한 수류탄을 굴리고 언덕 아래로 피신했다. 실탄을 장전하고 20여 명의 소대원이 있던 생활관으로 가던 임 병장은 K-2소총으로 10여 발을 발사했다. 임석현 중앙수사단장(대령)은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한 이 사건에서 임 병장은 움직이는 물체를 사격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병장 측 변호인은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사격했다. 임 병장이 보인 행동은 6개월간 근무해 지리와 부대 사정에 익숙해지면서 나온 자연스러운 행동이어서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 부대원인 상병 2명은 평소 임 병장에게 경례하지 않는 등 선임 대우를 하지 않았고 동기 4명은 모멸감을 느낄 수 있는 별명을 부르는 등 무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임 병장은 자신의 뒤통수를 때렸다는 부소초장 이모 중사(24)에 대해서만 모욕 등으로 형사 고소했다. 군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22사단장(소장)을 비롯해 연대장(대령), 대대장(중령), 중대장(대위)을 보직 해임하기로 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임병장#라면 전사#GOP 총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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