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OECD 최하위 사회자본으로는 선진국 될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6일 03시 00분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사회적 자본이란 ‘협동을 전제로 한 사회집단 구성원 간에 공유되고 있는 비공식적 가치기준이나 규범의 집합’이라고 정의한다. 대표적인 사회적 자본이 신뢰다. 후쿠야마 교수는 1990년대 중반 한국을 ‘중(中)신뢰 사회’로 분류했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은 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2개국 중 최하위권인 29위라고 분석했다.

정부와 학교 같은 공적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뜻하는 공적 사회자본에서 한국은 행정 사법 교육 안전 등 공적 신뢰 부문이 32개국 가운데 31위였다. 2012년 자료로 분석한 것이지만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멕시코뿐이다. 세월호 참사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관피아’나 정부에 대한 세월호 유가족의 불신을 보더라도 한국의 공적 신뢰지수는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올라가진 않았을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가족과 친구 등 개인 간의 신뢰와 배려를 말해주는 사적 사회자본 역시 바닥권이라는 점이다. 특히 친척, 친구에 대한 신뢰(31위)가 타인에 대한 신뢰(22위)보다 순위가 훨씬 낮은 것은 충격적이다. 이혼, 별거가 늘고 어려울 때 친척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가정이 늘어 사적 신뢰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학교 등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낮을 때 따뜻하게 감싸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사적 사회자본이다. 공적 사적 신뢰가 모두 취약하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총체적인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고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아무리 높아도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임, 이민자에 대한 관용, 시민의식 같은 사회자본이 취약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정부를 믿을 수 있고 타인을 도와준다는 신뢰와 배려는 거래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사회자본이 높은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 고부담 고복지 사회를 유지하는 것도 정부가 세금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모두에게 혜택을 돌려준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 쇄신, 사법질서 확립, 사회 전반의 부패 척결 등 전반적 시스템 개혁이 동반돼야 국가에 대한 신뢰가 커질 수 있다. 국민 개개인도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엄격하되 타인을 배려하고 관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OECD#사회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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