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10만호 속도전’ 부실공사 불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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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23층 아파트 붕괴]
철골구조 없는 조립식공법도 원인

“북한의 무리한 속도전(戰)이 부실공사로 이어지고 결국 대규모 인명피해까지 불러온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13일 발생한 23층 높이의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부실한 건축자재로 철골 구조도 없이 1층씩 쌓아올리는 조립식 공법 등 낙후된 건설 현실과 정권의 지나친 요구를 맞추려는 ‘빨리빨리 공사’ 때문에 대형 건축물의 붕괴사고 가능성은 줄곧 제기돼 왔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판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라는 얘기도 나왔다. 1970년 4월 발생한 와우아파트 사고는 ‘충분하지 않은 예산과 부실한 감독 아래 너무 빨리 짓고, 건설사와 감독기관의 비리까지 결합된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받았다. 33명이 사망하고 3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평양 10만 호 살림집(주택)’ 건설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9년 9월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시한 ‘평양시 현대화 사업’의 일환이다. 북한이 제시한 완공 시점은 2012년 12월로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아파트 10만 채를 짓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10만 호’라는 숫자는 사라졌지만 공사는 계속됐다. 최우선 추진 대상이던 중구역 만수대지구(창전거리)의 경우 고층 아파트 2700채를 착공 1년 1개월 만인 2012년 6월에 완공했다. 당시 45층 높이의 아파트 1곳을 방문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창전거리에 들어선 유치원을 한 달 만에 다시 찾을 정도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건설일꾼들에게 별도의 감사 인사를 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 아파트 붕괴#평양 10만호#부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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