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車-TV-냉장고-굴착기… ‘스마트 룩’으로 세계서 호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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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디자인 경영]<2>글로벌 시장서 인정받는 다양한 K-디자인 제품들
기술력은 이미 정평… 디자인 경쟁력 커지며 시장 트렌드 선도

《 스마트폰, TV, 가전, 자동차…. 한국 대표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기준으로 최상위권에 오를 만큼 선전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TV는 한국 기업들이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건 물론이고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기술력 못지않게 디자인 경쟁력이 크게 기여했다. 특히 디자인을 제품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승부수를 던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


○ 성공 경험 바탕으로 디자인 역량 더욱 강조


삼성전자의 경우 여러 차례 디자인을 통해 제품 경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TV 시장에서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아보기 힘들고, 삼성전자 브랜드도 특별할 것이 없었던 2000년대 중반 삼성전자는 ‘보르도 TV’를 통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와인잔 모양의 디자인을 앞세운 보르도 TV는 세계 TV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삼성전자가 세계 TV 시장 1위에 오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영준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전무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인 중심의 전략을 짰다”며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사적으로 확실하게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는 ‘특별한 스토리’를 디자인에 담아내기도 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에서 공개한 ‘셰프 컬렉션’이 바로 그 제품이다. 냉장고와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로 구성된 최고급 프리미엄 주방 가전라인인 셰프 컬렉션은 세계적인 셰프들의 인터뷰와 평가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관계자는 “셰프들을 가전제품 마케팅이나 광고에 활용한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이들의 의견을 디자인에 직접 반영한 건 셰프 컬렉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2000년대 중·후반 ‘초콜릿폰’으로 모바일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디자인 성공 사례는 세계 최초의 휘어진 스마트폰인 ‘G플렉스’ 같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G플렉스는 최근 미국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리포트에서도 독특한 디자인이라는 점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2005년부터 디자인 경쟁력 키우기에 힘쓰며 시장 영향력을 크게 늘렸다. 현대차는 ‘유연한 역동성’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으며 자유롭고, 매끄러운 조각 같은 느낌을 지향하는 디자인 전략을 구사했다. 지난해 11월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유연한 역동성이 담긴 디자인을 적용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차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면서 ‘직선의 단순화’란 디자인 콘셉트를 세운 뒤 획기적으로 디자인 역량이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랑이 코와 입을 모티브로 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개성 있는 ‘패밀리 룩’을 만들어냈다.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이제 한국 기업들도 ‘자신만의 터치’를 디자인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 B2B와 서비스로 확대되는 디자인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디자인경영과 관련된 또 하나의 트렌드는 기업 간 거래(B2B)와 서비스 기업에서도 디자인을 특별한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용 중장비 생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최근 공작기계인 ‘푸마 SMX 시리즈’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았다. 국내 공작기계로는 처음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9년과 2011년에 굴착기와 지게차의 콘셉트 모델로 레드닷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두산의 소형장비 부문인 밥캣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콘엑스포 전시회’에서 ‘로더’ 제품 생산 100만 대를 기념하는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중장비산업에서도 디자인은 다른 브랜드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며 “디자인 관련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어버스 A380기를 도입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승부수 중 하나도 디자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A380기의 프리미엄 좌석을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기업인 영국 탠저린에 의뢰해 구성했다. 항공기 인테리어를 혁신해 좋은 평가를 받은 영국항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SK텔레콤, GS건설, 포스코 등도 디자인 경쟁력을 다양한 부문에 적용 중인 기업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T전화’ 같은 사용자 경험(UX)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을 강조했다. GS건설은 지하공간 개발에, 포스코는 기업이미지(CI) 개편 과정에서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김태완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정보홍보실장은 “최근 디자인 부문에서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면서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디자인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있다”며
“B2B와 서비스 기업들도 점차 디자인경영을 자사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필요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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