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청소해 놓을게 어서 돌아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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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밀려드는 도움의 손길
임시 휴교 안산 단원고에 재학생-졸업생들 몰려와
이웃 학교 학생들도 일손 도와

“저희가 도와드릴 게 없을까요?”

세월호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 경기 안산 단원고는 임시 휴교를 23일까지 연장했지만 1, 3학년 학생들은 평소처럼 학교를 찾았다. 실종 학생들의 가족과 지인, 생존자를 기다리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돕기 위해서다.

이날 학생들은 학교 강당에 의자를 놓는 일부터 화장실 청소까지 가리지 않고 봉사활동을 했다. 한 손에 장갑을, 다른 한 손에는 비닐봉지를 든 20여 명은 하루 종일 학교 곳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주웠다. 다른 학생들은 학교 정문에서 출입 차량의 주차를 돕거나 대한적십자사 긴급지원본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단원고 1학년 임모 군(16)은 “사고 직후에는 멍한 느낌에 뉴스를 보며 생존자 소식을 기다리는 게 전부였는데 문득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시 휴교를 했지만 평소처럼 등교해 쓰레기를 줍거나 분리수거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한 단원고 졸업생도 눈에 띄었다. 이 학교 졸업생 김모 씨(20·여)는 “대학 수업을 마친 후 후배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고 잠깐이라도 일손을 돕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인근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까지 단원고를 방문했다. 이들은 실종자의 가족과 지인이 모인 4층에서 일손을 도왔다. 대한적십자사 봉사자 박모 씨(47·여)는 “사고 이틀째부터 매일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찾아온다. 이들의 마음도 무거울 텐데 조금이라도 돕고 싶다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오후 10시까지 이어졌다. 학생이나 졸업생들은 모두 “부디 실종자들이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안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자원봉사#안산단원고#세월호#진도여객선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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