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휴지통]“선행 기부해야 로그인” 엉뚱한 성인사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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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단체에 2만원 내야 회원 인증… 후원 몰려 놀란 단체 “사양하겠다”

지난달 말부터 한 국제아동구호단체의 후원 계좌에 익명 기부가 몰리기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후원자들은 ‘폭×공대생’ 등 인터넷 사이트의 닉네임으로 보이는 가명을 사용했고, 후원금은 각 2만 원으로 동일했다. 해당 단체 측은 이런 후원자가 100여 명으로 늘자 4일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름 없는 천사’가 급증한 ‘배후’엔 뜻밖에도 한 성인 사이트가 있었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가 동영상 다운로드 자격을 ‘○○구호단체에 2만 원 이상 후원한 뒤 화면을 캡처해 인증한 사람’으로 제한하자 이용자들이 너도나도 후원금을 송금한 것. 이 단체와는 전혀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운영자는 “사이트는 어차피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회원 가입비’에 해당하는 금액은 구호단체에 전달되도록 하고 싶었다”며 해당 단체에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구호단체는 “내부 규정상 성인물 관련 업체와는 어떤 형태로든 제휴할 수 없다”며 운영자에게 정중히 후원 관련 공지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고, 8일 해당 사이트는 추가 회원 가입 절차를 중단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운영자의 선의는 고맙지만 단체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모금은 사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성인사이트#후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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