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자소설’에 혹하면 훅 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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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혁신 경험-인생의 역경 기술하라는데… 자기소개서 대처하기 참 어려우시죠

‘최근 3년 이내 열정을 가지고 본인이 속한 조직 내에서 동료들과 협력해 도전과 창의정신을 발휘했던 경험을 기술하시오. 위 경험과 관련된 근거(예: 수료증 번호, 담당자 연락처 등)를 기입하세요.’

취업준비생 윤모 씨(24)는 A기업에 입사 원서를 내려다가 포기했다. 회사 측이 요구한 자기소개서 항목을 제대로 채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 씨는 “평범한 대학생활을 한 대학생이 자기소개서에 쓸 만한 혁신이나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며 “담당자 연락처를 거짓으로 지어낼 수도 없어 자기소개서 작성을 포기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소개서 항목을 채우기 위해 ‘이야기가 되는 경험’을 스펙처럼 준비할 생각이다.

학점과 영어 점수 같은 정량적 스펙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기소개서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의 자기소개서 작성 부담도 커졌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내용은 성장 과정이나 지원 동기와 같은 단순한 항목에서 △조직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한 경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룬 혁신과 변화 △인생에서 제일 큰 역경 등을 묻는 등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묻는 질문으로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자기소개서 컨설팅회사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온라인 취업 카페에도 ‘창업경진대회 우수상’ ‘창업동아리 ○○○ 활동’ 등을 자신이 지원하려는 회사의 자기소개서에 기재할 만한 것인지를 묻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취업준비생이 가장 답하기 어려워하는 질문은 직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험을 묻는 항목이다. 취업준비생이 선호하는 대기업 자기소개서에 단골로 등장하지만 제대로 답을 작성하기가 쉽지 않다. ‘취업 스펙’을 갖추기 위해 일부러 창업을 시도하는 일도 벌어진다. 취업준비생 정모 씨(24)는 “면접에서 창업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며 “자기소개서에 쓰기 위해 일부러 간단한 장사를 한 적이 있다는 지원자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문적 경험이나 지식을 갖추지 못해도 학생 수준에서 직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호종 한국취업코칭센터 대표(49)는 “학교 수업에서의 팀 과제 경험, 취미로 한 동아리 활동에서 창의성을 발휘한 사례 등도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영업 관련 직무에 지원할 경우 사진 동아리에서 낯선 사람이나 유명 인사와 같은 사람을 찾아가 모델이 돼 달라고 설득한 경험을 통해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한 활동을 시간별, 주제별로 나눠 알맞은 사례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취업 전문가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검색으로 자기소개서를 채우거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말하는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경험을 부풀려 쓴다는 뜻)을 제출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차윤혜 농심 인사과장은 “히말라야 등정까지 해 봤다는 지원자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여행사에서 스펙용으로 판매하는 취업용 여행상품 패키지에 다녀온 것”이라며 “기교를 부리지 않았지만 진솔한 경험이 담겨 있으면 진심과 열정이 전달되기 때문에 굳이 과장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취업을 원하는 회사의 직무를 명확히 정하고 해당 직무에 맞는 일관된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취업 전문가들의 일관된 조언이다.

김예윤 청년드림통신원·고려대 역사교육과 4학년
#자소설#자기소개서#취업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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