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렴 강령’ 반대한 서울시의회 의장의 억대 뇌물수수

  • 동아일보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민주당)이 서울 신반포 단지의 재건축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0일 긴급 체포됐다. 수원지검에 따르면 김 의장은 재건축 철거업체 1위인 다원그룹에서 지난해 말 업무 편의 대가로 1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철거왕’으로 이름난 다원그룹 이금열 회장은 1000억 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7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이 연루됐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어제 “무상보육 예산지원 문제로 중앙정부와 서울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마찰을 빚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민주당 출신 서울시의회 의장이 체포됐다”며 ‘체포 시기상 다른 목적’을 의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누구를 수사하든 정치적 의도가 있어선 안 된다. 그러나 뇌물수수 혐의까지 음모론으로 모는 것은 문제다. 검찰은 공명정대한 수사를 통해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는 지방정부 통제권, 비리공무원 처벌 등의 청원권을 통해 주민을 대신해서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할 책무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1년 2월부터 지방의원들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대통령령)을 만들어 지방의원들이 이해관계가 있는 상임위 심의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김 의장은 전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이 강령의 폐지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행동강령이 “지방의원을 범죄시하고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다수의 독소조항이 들어 있어 지방자치의 근간인 자율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금은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행동강령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지자체별로 조례를 만들라고 권고했으나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서울시의회는 조례를 만들지 않고 있다.

2010년 출범한 이번 서울시의회는 의원 114명 중 민주당이 77명, 새누리당 28명이다. 박원순 시장도 민주당이다.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번과 같은 부패 사건이 일어났는지 돌아볼 일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지방의회와 지자체 비리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뇌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