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종북 표적’ 됐지만 법적 보호장치 없어

동아일보 입력 2013-09-05 03:00수정 2013-09-0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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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나이-직업에 사진까지 노출
■ 내란음모 고발자는 대상서 빠져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 사건과 관련해 RO(혁명조직)의 실체를 제보한 제보자에 대해 신상 털기가 극성이다. 일부 진보 성향을 표방하는 언론도 제보자의 신상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같은 행위는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신상 공개로 제보자는 공개적으로 ‘종북세력’의 표적이 된 상태다. 국가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내란음모 조직 신고자의 신원이 만천하에 공개됨으로써 대한민국 안에서 발붙이고 살 수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여러 법률이 마련돼 있다. 이 법들에는 내부고발자의 신상을 공개한 언론 등을 엄중히 처벌할 수 있는 조항들이 있다. 하지만 이 의원처럼 국가체제 전복을 시도하는 조직의 내부고발자에 대한 신변 보호 조치가 현재로서는 없어 ‘제2의 이석기’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신고자 보호 관련 법령이 하루빨리 입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법상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등 3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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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은 살인, 강도, 강간 같은 강력범죄와 마약범죄 그리고 조직폭력 관련 범죄 등을 신고한 사람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내란음모나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를 제보한 내부고발자에 대해 보호 조항을 적용할 명시적 규정이 없는 것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부패방지법도 내란음모와는 무관하다. 내란음모 같은 국가체제 전복 기도 행위를 고발하는 제보자는 국내 어느 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형법 전문가들은 “내란음모 혐의는 국가체제를 위협하는 행위이므로 이에 관해서도 신고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법령이 시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 제보자에 대한 신상 털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사이트에는 ‘내란음모 관련 국정원 프락치 수배 사진’이란 제목과 함께 40대 남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남성의 사진 밑에는 ‘국정원에 이석기의 RO(혁명조직)를 제보한 당사자’란 설명과 함께 학력과 과거 행적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 대한 누리꾼들의 험악한 댓글도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제보자가 언젠가 변사체로 발견될 것, 이런 ×은 죽어 마땅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1일 통합진보당이 “통진당원을 국정원이 매수했다”고 주장한 뒤 일부 언론은 성, 나이, 직업, 사는 곳 등 ‘국정원 제보자’의 신상을 자세히 보도했다.

하지만 이처럼 제보자의 신상이 노출된 데는 국정원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에서 제보자에 대해 지나치게 상세히 언급했다. 국정원은 “(RO) 조직원의 제보에 의해 최초 단서를 포착하게 됐다. 제보자는 장기간에 걸쳐 사회활동을 하다가 ○○○○년경 RO에 가입…”이라며 내사 착수 경위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도 국정원의 내부고발자 보호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제보자의 과거 행적을 자세히 기입할 경우 RO 조직원들이 제보자가 누군지 금방 파악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구속영장에 이렇게까지 자세히 밝힐 필요가 있었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제보자의 신원에 대해 근거 없는 신상 털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체제 전복 행위를 제보한 사람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를 현재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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