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사망前 평균 8년간 병치레… 기대수명과의 격차 줄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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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건강포럼 발족… 건강정책 개선방향 활발한 토론

국민건강포럼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강력한 금연, 금주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왼쪽부터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생활습관병연구센터장, 이순희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 아둘야논 태국건강증진재단 과장,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손명세 연세대 보건대학원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민건강포럼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강력한 금연, 금주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왼쪽부터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생활습관병연구센터장, 이순희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 아둘야논 태국건강증진재단 과장,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손명세 연세대 보건대학원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골골백세 말고 팔팔백세까지 모두 행복하게 삽시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국민건강포럼 토론회에서 자주 거론된 표현이다. 이 문장 하나에 국민건강포럼이 나아갈 길이 담겨 있는 셈이다. ‘국민건강,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한국건강증진재단이 주최했고 동아일보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후원했다. 토론회에 앞서 국민건강포럼 발기인총회가 개최됐다.

특히 토론회에서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실현하기 위해서 정부의 건강정책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를 놓고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한국의 건강증진 정책이 치료 위주에서 질병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격차 커

첫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과)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노년층 진입이 초읽기여서 고령화 정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초고령국가인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공산이 크다는 걸 각종 건강지표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꼽았다. 기대수명은 출생 직후부터 사망할 때까지 예상되는 평균 생존 연수다.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7세에 이른다. 그 반면에 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은 72.6세에 그쳤다. 이는 노후 8년 이상을 각종 병에 시달리다 숨을 거둔다는 말과 같다.

이러한 격차는 노인 개개인에게는 고통스러운 말년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고 국가 차원에서는 각종 건강지표의 하락을 불러온다는 양면성을 지닌다. 토론자로 나선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생활습관병연구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노인의 사망원인 가운데 60% 이상이 암, 심혈관·뇌혈관 질환 등 만성질병으로 나타났다”며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해 국민들의 건강수명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민건강증진법 제5조에 따라 5년마다 건강증진종합계획을 세운다. 최근 것은 2010년 ‘제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20)’이다. 건강수명을 2020년까지 75세로 늘이고 계층 간 건강형평성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건강증진정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히 적지 않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은 “HP2020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관리 실천을 국가보다는 개인의 책임과 선택에만 맡기는 기존 입장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개인의 건강증진을 위한 공적 지원과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정책 평가를 위한 모니터링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요청했다.

○ 만성병 예방에는 강한 금연·금주정책 필수

이날 정부가 시행해야 할 건강증진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된 항목이 바로 강력한 금연 및 금주정책이다. 암, 심혈관·뇌혈관 질환처럼 중증 만성질환 대부분이 흡연과 음주에서 유발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예방에 소홀한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을 정비하고 국민건강증진기금을 금연 금주 건강증진에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이 팀장은 “국내외 사례를 종합해 볼 때 국민건강증진법의 모호한 건강관리 개념을 질병 예방 위주로 명확히 해야 한다”며 “특히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흡연과 음주 규제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순희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건강증진기금은 현행법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만성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민간기관에서 제공하는 건강관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건강증진정책의 모범 사례로 태국의 국민건강증진 사업이 소개됐다. 태국의 사업은 2001년부터 ‘태국건강증진재단(타이헬스)’이 주도하고 있다. 타이헬스는 태국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으로 질병 치료 위주의 보건부와는 별개로 만성질환 예방과 교육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담당한다.

타이헬스의 2012년 예산편성 내용을 살펴보면 ‘주요 건강 위험요인 제거 사업’에 가장 큰 금액인 28%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정책의 중심 사업 역시 담배와 주류 규제 정책이다. 태국은 2005년부터 담배 전시판매 금지, 담뱃갑 경고그림 삽입, 금주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흡연율과 음주율의 상승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국회에서 최근 담뱃갑 경고그림 삽입이 무산된 한국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아둘야논 태국건강증진재단 과장은 “제도 도입 단계부터 타이헬스의 금연, 금주정책이 국민으로부터 환영을 받은 건 아니다”라며 “꾸준한 정부의 관심과 예산 투자를 통해 만성질환 예방이라는 정책적 효과가 입증되면서 지금은 국민 대부분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민건강포럼 발기인 명단

김미경(차의과대 식품생명공학과 석좌교수) 김일순(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맹광호(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문옥륜(서울사이버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박재갑(서울대 의대 교수) 이규식(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한달선(한림대 의대 명예교수·이상 고문) 고경화(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권선진(전국보건소장협의회장) 권순만(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경주(대한영양사협회장) 김미경(전국보건소장협의회 부회장) 김세영(대한치과의사협회장) 김윤(서울대 의대 교수) 김윤수(대한병원협회장) 김종대(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필건(대한한의사협회장) 김형선(전국보건소장협의회 부회장) 동아일보사 문창진(한국건강증진재단 이사장) 배상수(한림대 의대 교수) 백헌기(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서규영(정부법무공단 변호사) 서홍관(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성동진(한국운동지도협회장) 성명숙(대한간호협회장) 손명세(연세대 보건대학원장) 송근배(대한구강보건학회장) 안용민(한국자살예방협회장) 오상우(동국대 의대 교수) 윤석준(고려대 의대 교수) 윤진숙(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장) 이상용(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장) 이석구(한국농촌의학지역보건학회장) 이승욱(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이영찬(보건복지부 차관) 이원재(한국알코올과학회장) 이주열(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장) 이진수(국립암센터 원장) 임국환(대한보건협회장) 임현술(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 장병원(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전우석(법무법인 금성 변호사) 정세환(강릉원주대 치대 교수) 조찬휘(대한약사회장) 조한익(한국건강관리협회장) 최병호(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겸 한국보건행정학회장) 허용(한국건강증진재단 사무총장) 가나다순.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김민석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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