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安신당, 나쁘지만은 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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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前대통령 4주기 추도식… 야권인사 총집결

너럭바위 앞에 선 참여정부 인사들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도식에서 권양숙 여사(가운데)와 아들 건호 씨(권 여사 왼쪽), 참여정부 인사 등이 노 전 대통령이 안장된 너럭바위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김해=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너럭바위 앞에 선 참여정부 인사들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도식에서 권양숙 여사(가운데)와 아들 건호 씨(권 여사 왼쪽), 참여정부 인사 등이 노 전 대통령이 안장된 너럭바위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김해=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노무현 전 대통령의 4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인의 묘역에서 정치인과 참배객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자리에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 씨 등 유가족을 비롯해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40여 명이 함께했다. 특히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등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들이 한데 모였다. 그러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전날 도착해 유족들과 별도의 추도 행사를 가진 뒤 하룻밤을 묵고 이날 오전 떠났다. 올해 1월 외화밀반출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는 추도식장에 보이지 않았다.

추도식에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래 새누리당 지도부 인사가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 정무수석은 참석의 진정성이 퇴색될 것을 우려해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무수석은 식전 김한길 대표와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최 원내대표와 이 정무수석은 모두 권 여사와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

일부 추모객은 김한길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나가라”고 소리쳤으며 내빈 소개 때는 야유를 보냈다. 반면에 문 의원과 박 서울시장이 소개되자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와 대조를 이뤘다. 문 의원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을 연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추도식은 11일 이 묘역을 찾은 김한길 대표 일행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친노(친노무현) 배우 명계남 씨가 사회를 봤다. 그러나 별다른 해프닝은 없었다. 애국가 제창에 이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에서 지난해 총선에서 광주에 출마했던 이 정무수석은 따라 불렀다. 최 원내대표는 부르지 않았다.

문 의원은 이날 추도식 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정책연구소 ‘내일’ 창립을 발표하며 신당 창당에 한발 다가선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해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드는 게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치에 대한 시민 참여의 외연이 넓어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을 통해 혁신할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이 새누리당과의 독과점 정치구조 속에 안주한 측면이 있다. (안철수 신당 효과로) 그런 게 무너지면서 정치적 경쟁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문 의원이 정치 현안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특히 이날 발언은 안철수 신당에 부정적인 민주당의 기존 견해와는 온도차가 있어 주목된다. 문 의원의 한 측근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혁신의 성과를 못 내는 시점에서 문 의원이 안 의원의 행보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한길 대표는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 측이 세력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동지적 관계가 확인되는 부분은 동지로서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인천시장은 “아무리 새 정치가 중요해도 야권이 분열돼 집권 가능성을 낮추게 되면 그것은 거꾸로 새 정치의 희망을 꺾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서울시장은 민주당 내 친노, 비노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오늘 그런 이야기를 꼭 해야 하느냐. 오늘 같은 날이 결국 통합하는 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해=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문재인#노무현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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