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권력 장악 1년… 김정은을 읽는 3가지 코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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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별난 승부욕 [2] 군사지도자로 후계수업 [3] 김일성 베끼기

북한의 김정은은 지난해 4월 11일 노동당 제1비서와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이 해외유학파 20대 청년이 이끈 북한의 ‘지난 1년’은 핵실험, 두 차례의 장거리 로켓 발사, 노골적인 대남 대미 위협과 협박으로 얼룩졌다. 북한 같은 세습 독재국가는 지도자의 개인적 특징이 국가정책에 그대로 투영된다. 벼랑 끝 전술로 북한을 까마득한 벼랑 끝에 세운 ‘김정은의 3대 코드’를 분석했다.

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

‘김정일의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에 따르면 김정은은 어릴 적부터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형인 김정철과 각자 팀을 이뤄 농구경기를 할 때도 자기 팀원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승리를 위해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김정철이 팀원을 다독이는 리더십을 보인 것과 대조됐다. 구슬놀이를 하다가 화를 못 참고 김정철의 얼굴에 구슬을 던진 일도 있다. 2009년 4월엔 김정은의 지시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맏형 김정남이 머물던 평양의 안가를 습격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정은 나이 25세 때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이런 기행(奇行)적 승부욕이 대남 대미 정책에도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고 봤다. 한국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욕구가 노골적인 남침 위협 등의 극단적 호전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핵 공격 위협도 지기 싫어하는 성정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김정은이 현실적으로 한국을 무력 공격하지 못하는 울분을 대남 사이버테러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② 처음부터 군사지도자 수업

김정일은 젊은 시절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그가 권력투쟁에서 자신의 삼촌이자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를 숙청하며 후계자로 올라선 것은 김일성을 신격화하는 선전선동에 능했던 덕분이다.

반면 김정은은 어린 시절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을 마치고 2001년 귀국한 뒤 2006년 12월까지 김일성군사종합대에서 군사학(포병)을 공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그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에 기초한 새로운 작전지도’를 북한 최초로 만들었다고 선전한다. 이 지도는 졸업논문으로 작성한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처음부터 군사지도자로 후계 수업을 받은 점이 지금의 극단적 공격성으로 고착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2010년의 연평도 포격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복무 경험이 없는 김정은은 자신을 군부지도자로 보이게 포장하고 집권 초기 전과(戰果)를 만들어 권력 안정의 기반을 다지려 한다. 따라서 극단적 군사모험주의를 선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스로 권력기반을 구축한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권력 지도부에 의해 군사지도자로 디자인돼 가고 있다”며 “미국과 전쟁하려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도 그 디자인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③ 냉전시대의 김일성 모델로 회귀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스타일과 행보가 유독 김일성을 닮았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대중 앞에 서는 걸 꺼렸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대중 앞에서 육성 연설하는 모습까지 북한 매체를 통해 선전한다. 김정은이 김일성을 ‘롤 모델’로 삼은 건 북한 주민들 사이에 김일성이 김정일보다 인기가 높다는 걸 노린 결과다.

군대를 직접 지휘했고 전략전술에 능해 미 제국주의에 승리했다고 선전돼온 김일성 신화를 김정은에게 덧씌워 체제 내부의 불안을 해소하고 세습 권력의 정통성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선포한 ‘경제와 핵무력의 병진노선’도 김일성 시대의 ‘경제·국방 병진노선’의 복사판이다. 노골적이고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는 북한의 최근 도발 위협도 6·25전쟁, 빨치산식의 대남 도발, 남침 위협, 대미 항전이라는 냉전시대의 군사전략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일 시대에는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미국 공격을 위협하진 않았다. 김일성 시대 때 유행했던 ‘미제의 각을 뜨자’란 섬뜩한 표현이 최근 다시 자주 등장하는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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