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대사 “中대사, 김영철 브리핑 불참” 北도발위협 항의 표시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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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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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린 駐北 브라질대사 전화 인터뷰

7일 평양 현지에서 국제전화를 통해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 응한 호베르투 콜린 북한 주재 브라질대사(사진)에 따르면 대사 모임은 당초 알려진 대로 철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평양 주재 공관장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 북한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이날 브리핑에는 영국 러시아 스웨덴 독일 등 주요국 대사들이 모두 참석했지만 평양 주재 중국대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에 비판을 높이고 있는 중국이 항의 표시로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5일 북한 외무성 주최로 공관 철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1차 브리핑이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북한 당국은 “상황이 악화되면 외교공관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철수한다면 교통편의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 당국이 ‘중요 발표가 있다’고 해서 이 자리에는 대사와 유엔기구 책임자들이 거의 대부분 참석했다.

일요일인 7일 열린 2차 브리핑은 1차 브리핑보다 훨씬 기술적인 내용으로 B-52, B-2 폭격기, F-22 전투기, 첨단 구축함 등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위해 한반도에 투입한 첨단무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뤄졌다고 콜린 대사는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미국과 남한의 계속되는 적대정책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10일까지 대사관 철수 또는 잔류 여부를 알려 달라”고 통보했다. 콜린 대사는 “참석한 대사들은 모두 ‘당분간 철수하지 않고 남아 외교업무를 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그렇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보고 시한인 10일까지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콜린 대사는 보고 시한이 10일로 정해진 것에 대해 “‘10일 이후에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쏠 것이다’ 등 많은 추측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브리핑에서 김 총국장은 이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고 대사들도 이에 대해 묻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철수할 공관을 위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 10일로 정한 것 같다”고 콜린 대사는 밝혔다.

7일 브리핑에는 25명의 대사, 차석대사, 국방무관이 참석했으며 1차 때와 달리 유엔 기구들은 참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콜린 대사는 브라질 대사관의 경우 “만약에 상황이 악화될 경우 단둥이나 베이징으로 옮길 계획인데 베이징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콜린 대사는 북한의 분위기에 대해 “거리에서 전쟁 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노동신문을 보면 경제 관련 뉴스가 대부분이며 조선중앙TV에서도 전쟁 얘기가 간혹 나오기는 하지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콜린 대사는 “개인적으로 두 차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가까이에서 봤으며 악수할 기회가 있었다”며 “부인 이설주를 대동하고 일반 주민들과 친해지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아버지 김정일과 다른 대중적 친화정책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7일 오후 9시경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콜린 대사는 늦은 시간까지 대사관에 남아 있는 것에 대해 “본국이 이번 사태에 대해 많이 우려하고 있으며 브라질 현지 친구 친지들로부터도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군 소식통은 7일 “북한이 동해안으로 이동 배치한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차량(TEL)이 한 지하군사시설로 들어간 뒤 모습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2, 3일 내에 기습적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있어 밀착 감시 중”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원산과 해주 등 동·서해 해군기지의 북한 잠수함(정)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및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배치된 장사정포의 움직임도 예의주시 중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자위대에 파괴조치 명령을 비공개 발령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7일 전했다. 파괴조치 명령은 미사일 등이 일본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 상공에서 파괴할 수 있는 권한을 미리 자위대에 부여하기 위한 조치다. 자위대는 동해에 요격 미사일 SM3를 탑재한 이지스함 1척을 배치한 상태다.

한편 평양 주재 외국공관에 대해 북한이 최근 철수 권고를 한 데 대해 영국과 독일 외교장관은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7일 B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협적인 주장에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 주재 각국 대사관이 단결해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교장관도 “북한은 반드시 외국 대사관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베스터벨레 장관은 평양 주재 독일대사와 전화통화에서는 “북한이 내놓은 어떠한 마감 시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mickey@donga.com
#콜린#브라질대사#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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