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수 왜 물러났나… 해외계좌에 수십억 소득 숨긴 의혹 치명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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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로펌 근무 경력과 세금탈루 의혹 등으로 적격성 논란에 휘말렸던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내정된 지 11일 만인 25일 전격 사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한 전 후보자는 “(자신 때문에) 정부 출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짤막하게 ‘사퇴의 변’을 밝혔다. 하지만 한 전 후보자가 해외 비자금 계좌에 소득 일부를 은닉해 세금을 탈루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야당 등을 통해 제기된 것이 결정적인 사퇴의 원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한 전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서에서 2006∼2010년 5년간 내야 했던 종합소득세 1억7767만 원을 2011년 7월 납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소득을 신고하지 못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자진 납부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기간에 어디서 어떻게 소득을 올렸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24일 “한 전 후보자가 해외 비자금 계좌에 일부 소득을 은닉해오다 뒤늦게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한 의혹이 있다”며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국세청이 역외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2011년 ‘해외자산 자진신고제’를 도입하자 한 전 후보자가 서둘러 자진 납부를 했다는 주장이다.

지명 이후 한 전 후보자는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의 ‘적임자’임을 자부하며 부적격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이날 오전 해외 비자금 계좌 관련 언론보도를 본 뒤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조세 전문가로서 해외에 소득을 숨겨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가 큰 타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후보자는 이 의혹과 관련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 민정 라인이 지난주부터 한 전 후보자의 자금 문제를 조사했고 관련 내용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이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인 것도 한 전 후보자를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등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약자를 억누르는 데 앞장서 온 로펌 출신 변호사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려다 한 전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계획을 취소했다. 공정위의 우군(友軍)이라 할 수 있는 소상공인, 중소기업들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유성열·장원재 기자 ryu@donga.com
#한만수#사퇴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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