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권력 사면 정면충돌]①인수위 →②당선인 대변인 →③직접 의견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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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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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의 3단계 점증화법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고용복지분과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을 통해 “임기 말 특별사면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강행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고용복지분과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을 통해 “임기 말 특별사면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강행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최근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다단계 점증화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박 당선인이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 일차적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또는 위원장을 통해 의사를 표시하되 이것으로 충분치 않을 경우 ‘당선인 대변인을 통한 메시지 공표’ 또는 ‘직접 의견 표명’ 단계로 수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런 ‘박근혜 스타일’은 인수위 출범 초기부터 나타났다.

인수위 출범 첫날인 6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조용한 인수위’ ‘혼선을 막기 위한 대외창구 단일화’ 등을 선언하며 철저한 보안을 강조했다.

하지만 발표하지 않은 내용이 다음 날 신문에 보도되자 박 당선인이 전체회의 석상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전혀 논의되지 않은 사안 아닌가. 저도 언론에서 처음 봤다. 제발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저의 바람이자 부탁 말씀”이라며 강한 경고를 던졌고 이는 인수위에 철통보안 기조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다.

중순 새누리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대선 공약을 모두 지키는 것은 무리”라며 ‘공약수정론’을 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성을 다해 만든 공약에 대해 ‘폐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박 당선인이 직접 나섰다. 그는 25일 인수위에서 열린 경제1분과 업무보고에서 “공약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현실성이 있나, 예산은 어떻게 되나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으로 아는데 국정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굳건한 의지로 실천하면 하려는 일을 모두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며 ‘공약수정론’을 일축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박 당선인은 같은 방식으로 비판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였다.

윤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런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대변인으로서 (박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했다”고 말해 박 당선인의 의중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청와대에서 특사 단행 의지를 굽히지 않자 28일에는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나서 “박 당선인은 언론에 보도되는 임기 말 특별사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사면이 강행된다면 이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란 생각”이라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수순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이 특사를 강행할 경우 박 당선인이 직접 비판 견해를 밝힐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박 당선인의 점증화법에 대해 인수위에서는 ‘인수위를 존중하는 동시에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발언의 무게를 잘 알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원래 박 당선인은 자신의 육성 발언에 대해서는 아주 신중한 편”이라고 말했다. 직접 말한 것은 꼭 관철돼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필요한 경우에만 직접 입을 연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박 당선인이 분과별 업무보고에서 연일 원고지 수십 장 규모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신중모드’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는 얼마 남지 않은 인수위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공약 실행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점증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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