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폭로하겠다” 협박해 상대男 자살 몰고간 30대女 징역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6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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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거액을 뜯어내 상대 남성을 자살에 이르게 한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제4형사부(권순호 부장판사)는 공갈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31·여)에게 26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 씨는 2007년 7월 무렵 애인대행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 시중은행의 직원 A씨(47)를 알게 된 뒤 1년여 간 만남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8년 12월 김 씨는 "가족들이 우리관계를 알게 돼 가출했다"며 A씨에게 생활비와 모텔비를 요구하기 시작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한국에 있으면서도 발신자 표시제한 전화로 일본에 있는 것처럼 가장해 병원비, 생활비 등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휴대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직장에까지 전화했다.

김 씨는 "오사카에서 사람들이 은행으로 찾아간다. 집 전화번호도 알고 있다"고 까지 겁을 줬다.

이 때문에 A씨는 418회에 걸쳐 김 씨에게 5억 3100여만 원이나 뜯겼다.

수사기관이 문자 메시지를 복원한 결과 2010년 9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김 씨는 하루에 많을 때는 30건 이상씩 총 1400건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 돈을 요구했다.

A씨는 돈이 떨어지자 마침내 자신 소유 아파트를 담보로 1억6000여만 원을 금융기관에서 빌리기까지 했으며, 이마저 바닥나자 저축은행,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 금리가 최고 연 39%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까지 받아 한번에 10만 원에서 많을 땐 1000만 원씩 김 씨에게 보냈다.

결국,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A씨는 지난해 11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김 씨와의 관계가 주위에 알려지면 끝이라고 생각해 돈을 주기 시작했다, 가정과 직장을 잃어버릴까 버텨왔지만 가정도 직장도 지키지 못할 것 같아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가 내연관계 중에 그냥 돈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서, 복원된 문자메시지 등을 근거로 김 씨가 A씨를 협박해 뜯어낸 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적절한 관계를 빌미로 평범한 은행원에게서 거액을 뜯어내 자살케 한 점은 결과가 너무 중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씨가 A씨의 경제 상황을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권순호 재판장은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 씨에게 "형량을 떠나 땀 흘리지 않고 쉽게 인생을 살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지 돌이켜보며 반성하길 바란다"고 꾸짖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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