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국제통화기금(IMF)에 버금가는 국제기구로 성장할 녹색기후기금(GCF) 유치로 한국은 다양한 경제·외교적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500여 명의 주재원이 거주하면서 나타날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상당하다. 대외적으로도 한국이 지구촌의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대표국가로 부상하는 등 국격(國格) 상승이란 효과가 크다. 사무국이 들어서는 인천 송도 역시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주요 경쟁도시들과 함께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도약할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다.
○ 한국 찾는 출장자 매년 수천 명

GCF 회의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찾는 출장자도 매년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설립 초기라 이른 감은 있지만 기금이 정착되면 GCF에서만 크고 작은 국제회의가 1년에 100여 차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기금 지원을 받기 위한 개도국의 사업신청과 설명, 심사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은 GCF를 유치하면 주재원 500명 기준으로 연간 380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오석 KDI 원장은 “내국인 고용 창출 및 소비 진작, 관광객 증가 등의 직접적인 효과만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며 “올림픽, 월드컵은 직접적 효과가 ‘일회성’에 그치고 말지만 국제기구는 한 번 설립되면 거의 영구적으로 효과가 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광객이 늘고, 국제회의가 자주 열리면서 서비스 산업이 전반적으로 선진화되는 등 중장기적인 산업구조 혁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무국이 들어설 송도 역시 이번 유치를 계기로 제대로 된 국제도시로 성장할 기반을 확실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학교와 병원 등 교육·의료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외국인의 정주 여건이 급격히 개선되고, 이로 인한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도 상당부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최근 유치한 세계은행 한국사무소도 서울이 아닌 송도에 열어 GCF 사무국과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할 방침이다.
○ 무형(無形)의 효과도 무궁무진
국제사회에서 전반적인 한국의 지명도와 신뢰도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한국이 유치한 ‘변변한’ 국제기구는 1997년 서울에 들어선 국제백신연구소(IVI) 정도가 유일했다.
국제기구의 본부 역시 전 세계 2만1000여 개 중 27개(2010년 기준)에 불과해 일본(270개)은 물론이고 태국(133개) 같은 일부 개발도상국들보다도 적었다. 정부는 GCF를 시작으로 범정부 차원의 국제기구 유치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국제기구를 많이 유치할수록 환경, 인권, 빈곤, 난민 같은 국제사회 핵심 과제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며 국력의 ‘소프트 파워’를 기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이 지구촌의 화두로 부상한 기후변화 및 녹색성장 분야에서 글로벌 이슈를 선도하게 됐다는 점도 큰 부수효과 중 하나다. 정부는 GCF가 서울에 들어설 또 다른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이미 들어선 녹색기술센터(GTC)와 함께 이른바 ‘그린 트라이앵글’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상협 대통령녹색성장기획관은 “국제기구인 GCF를 휴전선에서 멀지 않은 인천 송도에 유치함으로써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을 억지하는 효과도 낳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