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22일 줄고, 여름은 25일 늘고[횡설수설/장원재]

  • 동아일보


1960년대만 해도 겨울이 되면 한강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시민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이르면 12월 초중순부터 한강이 얼어붙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꽁꽁 언 한강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지난겨울에는 2월 9일에 결빙됐다가 금세 녹았고, 올겨울에는 아직 결빙 소식이 없다. 2019, 2021년처럼 한강이 얼지 않고 넘어가는 해도 잦아졌다.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 보고서에는 유례없이 더워지는 한반도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기상 관측 초기 30년(1912∼1940년)과 최근 30년(1995∼2024년)을 비교하면 겨울은 109일에서 87일로 22일 줄어든 반면, 여름은 98일에서 123일로 25일 늘었다. 가장 긴 계절도 겨울에서 여름으로 교체됐다. 최근 10년만 놓고 보면 여름은 130일로 더 늘어 봄과 가을을 합친 기간(149일)과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온난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 탓이다.

▷과거 남부 지방 중심으로 나타났던 열대야는 전국적 현상이 됐다. 밤사이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는 2020년대 들어 서울에서 연평균 29.5일 발생했다. 1970년대만 해도 연평균 5일에 불과했는데, ‘잠 못 드는 밤’이 여섯 배로 늘어난 것이다. 남부 지방은 더 심각하다. 제주 서귀포의 경우 지난해 79일 동안 열대야가 이어져 10월 중순까지 에어컨을 켜고 지내야 했다. 일상화된 폭염과 열대야는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 집계 첫해인 2011년 443명이었던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4460명으로 10배 이상이 됐다.

▷강수 패턴도 달라졌다. 과거 113년을 분석해 보니 10년이 지날 때마다 연 강수량은 17.8㎜씩 늘어난 반면, 연간 비 오는 날은 0.68일씩 줄었다. 비 오는 날은 줄었지만, 한 번 내리는 비의 양은 많아진 것이다. 수온이 높아진 바다에서 한 번에 대량의 수증기가 공급되는 탓이다. 동남아처럼 국지성 ‘괴물 폭우’가 늘면서 기상청은 3년 전 ‘극한호우 주의보’를 신설했다. 계절별로는 여름과 가을에 비가 늘어난 반면 겨울 눈은 줄었다. 겨울에 쌓인 눈은 봄에 녹으면서 땅에 수분을 보충하고,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한다. 그런데 적설량이 줄면서 최근 봄 가뭄과 역대급 산불이 반복되는 상황이 됐다.

▷기상청은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80년 이후에는 일 년의 절반이 여름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은 현재의 절반인 40일로 줄어든다. 이쯤 되면 ‘한반도에 사계절이 있다’는 말이 구문이 되고, 한강이 얼어붙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폭염과 열대야는 현재의 4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후 위기’가 아니라 ‘기후 재앙’의 시대가 이미 코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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