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PD의 집념… ‘미국판 개구리 소년’ 범인 33년만에 잡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1979년 실종’ 패츠 살인범, 한 지방검사 재수사로 검거 성공

미국에서 ‘실종 어린이의 날’을 제정하게 된 계기가 될 만큼 미국인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아동 실종사건의 범인이 33년 만에 검거됐다. 뉴욕 수사당국의 집념이 이뤄낸 쾌거였다.

레이먼드 켈리 뉴욕경찰(NYPD) 국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33년 전인 1979년 5월 25일 실종되었던 이튼 패츠를 살해한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했다”고 발표했다. 켈리 국장은 “시민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제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 맨해튼의 부촌인 소호 근처에서 당시 여섯 살인 패츠는 등교하기 위해 집에서 학교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던 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침에 슬럼가도 아닌 부촌에서 일어난 아동 실종사건으로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패츠의 얼굴이 처음으로 우유팩에 인쇄됐다. 1983년에는 이 사건을 다룬 영화 ‘흔적도 없이’가 개봉됐다. 수사의 강도를 높이라는 여론이 높아지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3년 패츠가 사라진 5월 25일을 ‘전국 실종 어린이의 날’로 정했다. 이후 경찰은 수사를 지속했으나 끝내 패츠의 행방을 찾지 못했으며 법원은 2001년 22년 만에 패츠의 법률적 사망을 선언했다.

이 사건을 다시 꺼낸 것은 2010년 새로 부임한 사이런스 밴스 뉴욕 맨해튼 지방검사였다. 그는 부임 이후 미제사건의 파일을 뒤져보던 중 패츠의 집 근처 건물 지하 작업장에서 목수일을 하던 오스닐 밀러라는 중년 남성이 패츠와 친한 사이였다는 기록에 주목한다. 그는 미연방수사국(FBI) 시신 탐지견을 작업장 근처에 데리고 갔다. 탐지견이 시신 냄새를 맡은 듯한 반응을 보이자 지난달 20일부터 5일 동안 폭우 속에서 소호 인근 지하실 콘크리트 바닥을 굴착기로 파헤치는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시작됐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수색에서 시신을 찾지는 못했지만 수색을 계기로 환기된 사회적 관심이 결정적 시민 제보로 이어졌다. 검거된 용의자 페드로 에르난데스(51)는 실종 지역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던 직원이었다. 그는 등교하는 패츠에게 음료수를 사준다고 꼬여 자신이 일하던 식품점 지하로 데려가 살해한 후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살인을 저지른 후 뉴저지로 이사한 에르난데스는 모범적인 생활을 했으며 친절했다고 이웃 주민들은 전했다. 하지만 살인사건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가족과 지인들에게 ‘나쁜 일을 했으며 뉴욕에서 아이를 죽였다’는 얘기를 지나가는 말로 자주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같은 넋두리를 심상치 않게 여긴 주민이 지난달 뉴욕 수색작업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고 제보해 범행이 드러나게 됐다. 에르난데스는 세 시간가량의 경찰 신문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다가 오열을 터뜨리며 자백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한국은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25년이다. 그나마 2007년까지는 15년이었다가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 개구리소년사건 등이 미해결로 공소시효가 끝난 데 분노하는 여론의 영향으로 늘어난 것이다. 반면 미국 대부분의 주(州)는 공소시효가 없다. 따라서 집념이 강한 수사 당국에 의해 오랜 미제사건이 해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패츠의 부모는 아들과 살았던 맨해튼 소호의 아파트에 지금도 거주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NYPD#미국판 개구리 소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