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매장한 야산 또래 10대들에게 집단 폭행 당해 숨진 백모 양의 시신이 매장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야산 현장. 고양=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0대 청소년들이 또래 여학생을 집단 폭행해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경기 고양시 일산경찰서는 18일 험담에도 미치지 못하는 ‘뒷담화’를 했다는 이유로 백모 양(17·고교 2학년 중퇴)을 때려 숨지게 한 구모 군(17)과 친누나 구모 양(18) 등 9명을 검거했다. 이 중 적극 가담한 구 군과 이모 양(17) 등 5명에 대해 폭행치사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가담 정도가 경미한 이모 군(17) 등 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특수강도 등 전과 6범인 구 군 등은 5일 오후 3시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 있는 이 양의 지하 자취집에서 숨진 백 양이 평소 자신들의 말에 복종하지 않고 여자친구가 있는 남학생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틀 뒤인 6일 오전 2시까지 11시간 동안 감금하고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 군 등은 경찰 조사에서 “6일 새벽 문 앞에서 잠을 자서 안으로 들어와서 자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코피를 흘리고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백 양이 숨지자 하루동안 방안에 방치했다가 백 양의 얼굴에 청테이프를 여러 겹 붙인 뒤 3단 서랍장에 백 양을 넣어 7일 오전 2시경 인적이 드문 틈을 타 집에서 직선거리로 100m가량 떨어진 행신근린공원으로 옮긴 뒤 암매장했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 중 양심의 가책을 느낀 2명이 부모와 함께 17일 오후 5시 반경 경찰에 자수를 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11시경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공원에 매장된 백 양의 시신을 확인한 뒤 18일 가담자 9명 전원을 검거했다.
경기 파주시 조리읍에 사는 백 양은 2010년과 2011년에도 가출한 적이 있어 가족이 가출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모두 10대로 남자 4명과 여자 5명으로 구 군 등 3명은 인근 2년제 실업계 대안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나머지는 고교를 자퇴했다.
고양=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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