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개막 쇼]김정은, 축제는 끝나고 숙제만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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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축제는 끝나고 숙제만 남았다
20분 대중연설 육성 첫 공개

북한의 ‘4월 축제’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25일 인민군 창건 기념일 행사가 남아 있긴 하지만 11일 노동당 대표자회로 시작해 13일 장거리로켓 발사와 최고인민회의에 이어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 기념 대규모 열병식과 축포야회(불꽃놀이)를 마지막으로 평양 무대는 1막을 마쳤다. 이번 무대는 김정은 주연, 김일성 김정일 조연의 거대한 쇼였다.

김정은은 이번 행사들을 통해 당·군·정의 최고 직위를 모두 차지하면서 명실공히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15일에는 대중 앞에서 20분간 연설을 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정은 앞에는 당장 실패한 로켓 발사로 악화된 대외관계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추락한 자존심을 세우며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권력층 내부의 단합을 꾀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김정은은 이날 태양절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유훈을 따라 선군(先軍)정치를 계속하겠다’는 것 외에 새로운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예상과 달리 ‘강성대국 진입’ 선언도 하지 않았다. 열악한 경제 상황에 로켓 발사까지 실패로 끝난 것이 강성대국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어제의 약소국이 당당한 정치군사 강국으로 전변됐으며 우리 인민은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자주적 인민으로 존엄 떨치고 있다”면서 “이는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께서 안아 오신 역사의 필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일성 김정일의 군사적 업적은 “세계 군 건설사에 전례 없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적들이 원자탄으로 우리를 위협 공갈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성대국에 대해서는 ‘완료형’이 아닌 ‘미래형’으로 표현했다. 그는 “일심단결과 군력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하면 그것은 곧 사회주의 강성국가”라고 정의한 뒤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 위업을 실현하자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민군대를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군(軍)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믿는 것은 대포나 로켓을 비롯한 현대식 무장장비가 아니라 사랑하는 병사들”이라고 강조했다. 장거리로켓 발사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더욱 중요한 것은 군의 충성심이라고 합리화하는 대목으로 들린다.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업적보다는 주민들에게 호소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는 “김정일 동지가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꾸려놓은(뿌려놓은) 씨앗들을 현실로 꽃피워야 한다” “당과 공화국은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총적(총체적)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인민생활 향상이 강성국가 건설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올해 내각의 목표는 경공업과 농업에 역량을 총집중해 경제강국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채널A 영상]김정은, 목소리-말투까지 ‘할아버지 흉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일련의 행사를 통해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의 계승자라는 점은 부각했지만 대내외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일단은 체제 안정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성대국이라는 정치적 구호는 약화되고 있다”며 “김정은이 거창한 구호보다는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강조해 주민을 다독이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이날 연설에서 “진정으로 나라의 통일을 원하고 민족의 평화번영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손잡고 나갈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통일 문제를 언급한 것도 민생 해결을 위한 대외관계 개선 의지로 읽힐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진의를 파악하기는 이르지만 김정은이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당장 직면한 과제는 로켓 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마하는 것이다. 북한은 일단 중국에 기대고 있지만 중국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14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안정론’을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비호하지는 않았지만 국제사회가 강경한 조치를 취해 북한의 추가적 반발을 불러오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설명하며 우리를 설득시키려 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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