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라고 노래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말하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랑하는지 어쩌는지를 도통 모르고(주로 여자들이 이런 이유로 남자들을 많이 야단치는데 남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일하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말하지 않아서 쌓이는 오해들이 너무나 많다.
사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쓰는 광고회사 사람들도 광고커뮤니케이션만 잘 하지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은 일반인들 수준과 똑같다. 뭐 사실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하고 어떻게 하면 안되고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실행하기가 어려울 뿐.
두 사람의 대화든 여러 사람과의 회의든 작은 프리젠테이션이든 큰 프리젠테이션이든 누군가와 잘 소통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의 직업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30%라면 클라이언트를 만나 내 생각을 전하고 설득시키는 과정은 70%를 차지한다. 그만큼 말하는 태도와 방법의 세밀함이 절실히 요구되는 직업이다.
▶프리젠테이션은 확신의 전달이다
대학을 들어가자마자 가입한 동아리가 레크리에이션 연구회였다. 평소에도 대중 앞에 서는 것을 즐겨했던 필자는 여러 대학축제의 레크리에이션 진행을 맡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학년 때 처음으로 사회를 보면서 경험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행사가 시작되고 선배들한테 배운 멘트를 날렸을 때였다.
"재밌으면 박수를 쳐주시고 재미없으면 돈을 던져주세요."
바로 동전들이 날아왔다. (--;) 그뿐 아니었다. 40분용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이 단 20분 만에 끝난 적도 있다. 겨우 겨우 10분 정도 더 연장하며 끝냈던 첫 행사의 악몽이다.
그 쓰라린 경험들을 바탕으로 필자는 꽤 인기 있는 대학축제 사회자가 됐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크고 작은 공식, 비공식 모임에서 늘 사회를 도맡았다. 물론 친구들의 결혼식 사회도 필자의 몫이었다.
그런 다양한 무대 경험으로 인한 나름의 자신감으로 대리 때부터 팀장을 대신해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그런데 불특정 다수에게 즐거움을 주는 레크리에이션식 사회와는 달리 클라이언트에게 광고 프로젝트를 설득하는 일은 전혀 또 다른 것이었다.
일단 주무시는 사람들이 보였고 문자를 보내거나 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것은 기본이요. 잡아먹을 듯한 질문이 난무하는 험한 상황도 다 겪어야 했다.
그 또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젠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중에도 상황에 따라 강약 조절이 가능해지고 자연스러운 눈맞춤이나 표정과 감정 연출 또한 한결 여유로워졌다.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나마 제작팀 중에서는 유일하게 영어가 입에서 나올 수 있는 필자가 맡게 되었는데 혹시라도 실수하게 될까봐 문장을 최대한 심플하게 구성하고 스크립트를 미리 써서 외웠다.
다행히 프리젠테이션은 성공리에 끝났다. 나중에 프리젠테이션에 참여한 외국인 임원들에게서 들어보니 승리의 핵심은 영어의 유창함보다 내 표정과 말투에서 나오는 열정이 그대로 전달되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광고계의 프리젠테이션 달인'으로 통했던 선배에게 들은 한마디가 있다.
"프리젠테이션을 설득이라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가진 확신을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하라"
필자는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요즘도 늘 이 말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광고카피로 소비자와 나누는 소통
클라이언트와의 가장 큰 소통인 프리젠테이션이 끝나면 다음 차례는 소비자와의 소통이다.
소비자와의 소통은 주로 광고 속의 카피로 이루어진다.
특히 TV광고를 위한 카피는 인쇄광고용 카피와는 다르다. 활자매체처럼 기록성이 없어서 한 번 듣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쉬우면서도 전달이 잘되는 말을 써야 하며 비어나 은어를 써서도 안되고 그러면서도 소비자의 귀에 딱 걸리는 말을 골라야 한다.
자막과 달리 멘트는 전달자의 호흡과 억양 등 음성적 표현에 맞도록 짜여져야 해서 카피를 써놓고는 몇 십 번씩 소리 내어 읽어봐야 한다. 우리말에도 우리 민족의 정서에 맞는 리듬이나 음수율이 있어서 그러한 카피라야 읽기도 좋고 듣기도 좋고 이해하기도 좋으며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카피 한줄 없이 비주얼만으로도 얼마든지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 브랜드에 따라서는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소통법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소통 없이는 살 수 없다. 실제로 SNS처럼 소통을 잘 하게 하는 기술이 돈을 벌게 하며 소통을 잘 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대다.
하지만 소통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진심에 있다고 본다. 너무 테크닉에 신경쓰지 말고 진실된 마음부터 전하자. 이젠 말하지 않아도 알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백만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marc@oysterp.com / 블로그 blog.naver.com/bma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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